흑인 모두가 오프라처럼 될 수 없는데…아메리칸 드림의 허와 실

이해진 기자
2016.01.09 03:10

[따끈따끈 새책]미국, 파티는 끝났다…고삐 풀린 불평등으로 쇠락해가는 미국의 이면사

기자이자 소설·극작가인 조지 패커가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주제로 한 논픽션 '미국, 파티는 끝났다'를 펴냈다. 정치인 딘 프라이스, 유명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페이팔 창업가 피터 틸 등 유명인과 보통 사람들의 삶을 교차적으로 담아냈다. 인터뷰가 토대인 논픽션임에도 마치 액자소설 형식의 다큐멘터리 문학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류층 출신의 공화당 정치인 딘 프라이스는 70년대 정계에 뛰어들어 '민주당은 부패한 좌파 기계'란 구호로 대중을 선동, 손쉽게 승리를 얻었다. 정당 시스템이 무너져가는 현실을 빠르게 간파했던 그는 싱크탱크, 언론, 로비스트를 매수할 줄도 알았다. 보수적인 티파티와 진보가 대립을 거듭하는 가운데 딘 프라이스는 서민의 삶이 아닌 개인의 신분 상승에 집착한 끝에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

그런가 하면 '역량 강화, 자수성가한 유명인사, 필연적인 최고의 부'란 수식어와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미국인 오프라 윈프리가 불평등 극복의 좋은 사례만은 아님을 꼬집는다. 오프라는 "저도 똑같은 일을 당했답니다"라며 아픔까지 시청자와 공유하는 이 시대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로 추앙 받지만, 자신의 성공을 근거로 "흑인들은 이제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다"고 냉정히 말한다.

여타 흑인들이 오프라처럼 노력한다 해서 모두가 그녀와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이들 중에는 무주택자도 있고,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사는 이들도 다수다. 그럼에도 이들은 '인생에 이유 없이 생기는 고통은 없다'는 자신의 슈퍼 스타 때문에 어떤 핑계도 대기 어렵게 됐다.

인도 태생의 서민 우샤 파텔은 반기를 들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모텔을 경영했지만 파산한 그녀는 '제2의 조국'이라는 미국을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며 희망을 꺾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는 '정의는 부자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책은 이렇듯 성공가와 서민의 생존기를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미국 상류·엘리트층은 고착화한 불평등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없음을 꼬집는다. 대신 조지 패커는 대중의 마음에서 한 가닥 희망을 발견한다. 근면하고 책임을 다하는 미국 빈민계급 여성들의 삶과 금권 정치가와 월스트리트에 마침내 분노를 터트리며 월가 점령운동을 펼쳤던 시민들에게서다.

저자는 아메리칸 드림의 허와 실을 실존 인물의 삶을 통해 파헤치면서 기회의 땅 미국의 청교도적 이상이 어떻게 대량 생산·소비와 혼재하는 불평등 사회로 귀결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파티는 끝났다=조지 패커 지음. 박병화 옮김. 글항아리 펴냄. 636쪽/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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