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일부일처제를 힘들어한다. 남자들은 유전적으로 자신의 씨앗을 멀리 여러 곳에 뿌리고 싶어 하는 성향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펴낸 뒤 인간의 수많은 행동이 진화론이라는 틀 안에서 해석되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여성보다 더 바람을 피우기 쉽다든지, 인간이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맛이 생식에 필요해서라든지. 다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온갖 믿음과 신념이 진화론이라는 새로운 종교를 앞세워 탄생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정말 진화가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만능열쇠'일까. 미국 진보 철학잡지 '인라이튼넥스트(EnlightenNext)'의 편집장 카터 핍스는 "많은 사람들이 진화론적 사고방식에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진화론으로 인해 위험환 환원주의가 발생해 우리 삶이나 문화에 대한 통찰력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편협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진화론은 어디에, 어떻게 적용돼야 할까. 저자는 "문제는 진화가 아니다"라며 다만 진화를 매우 구체적이고 좁은 의미로 정의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더 넓은 범위의 사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이 시대 가장 유명한 진화 과학자·생물 철학자·초인간주의자·영성 철학자·미래주의자·우주학자·정치가·종교인을 끌어들인다.
수십 명의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은 진화가 하나의 '아이디어'이며 생물학을 넘어서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의식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즉 심리학과 사회학을 동시에 이해할 때 다윈의 매커니즘에 더 큰 그림이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는 이렇게 영화 등 각종 자료의 발췌와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진화의 현주소를 소개한다. '진화의 욕망이 만들어나가는 64가지 인류의 미래'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다윈의 책이 발표된 이후 좀 더 우수한 인간을 낳기 위해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연구하는 '우생학(eugenics)' 열풍이 불었던 것을 한 예로 들며 경고한다.
"(무언가에 대해) 조금만 아는 것은 위험하다!"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말처럼, 이 책 속에 담긴 진화와 관련된 많은 논의을 읽고 나면 진화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자격이 조금은 갖춰질 것이다. 이 책은 인간과 생물의 진화를 넘어,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 속에 놓인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진화까지 폭넓게 다룬다.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카터 핍스 지음. 이진경 옮김. 김영사 펴냄. 424쪽/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