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오늘… 천년고찰, 산불로 잿더미 되다

박성대 기자
2016.04.05 05:45

[역사 속 오늘]양양 낙산사 화재 전소 사건

2005년 4월 5일 화재가 발생한 낙산사. /출처=당시 방송화면 캡쳐

2005년 4월4일 오후 11시50분쯤 강원 영동에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양양군 강현면 사교리 일대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튿날인 11년 전 오늘(2005년 4월5일) 아침 산림청과 국군은 헬기 10여대를 긴급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불길은 아침 7시쯤 바람을 타고 낙산해수욕장까지 번졌지만 오전 11시20분쯤 큰 불이 잦아들면서 주민들은 속속 집으로 돌아와 가재 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화재진압 중이던 18대 헬기 가운데 산불진압용 헬기 7대는 때마침 화재가 발생했던 고성으로 향한다. 하지만 잦아지던 불길은 오후 1시쯤 어른이 서 있지 못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면서 되살아났다. 헬기도 다시 양양으로 기수를 돌린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오후 2시30분 양양군은 재난 경보를 발령했지만 오후 3시쯤 낙산사 주변 송림으로 번진 불은 낙산사 서쪽 일주문을 태운 뒤 대웅전에 옮겨붙었다.

신라 문무왕 때이던 671년 의상대사가 창건해 1334년의 역사를 지닌 고찰이 전소되는 순간이었다. 정부는 7일 양양군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제정 이후 처음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

2005년 화재로 인해 전소된 후 2007년 복원 작업 한창인 낙산사. /사진=뉴시스

유형문화재 35호인 낙산사는 1399년 태조 이성계가 행차해 법회를 열고 1467년 행차한 세종대왕 지시로 중창되는 등 숭유억불정책을 펼쳤던 조선왕조에서도 명성 높던 사찰이다. 낙산사엔 보물 제479호인 낙산사 동종, 보물 499호인 7층석탑, 보물 1362호 관세음보살좌상 등이 있었다.

창건 이후 고려 때 몽고의 침략으로 전소된 뒤 몇 차례 중창·중건되었다가 6·25 때 다시 전소된 것을 1953년 일부 복구했고 1976년 재차 중건했지만 이날 전소된 것.

결국 불은 낙산사를 포함해 가옥 등 40여개 동과 산림 150만여㎡를 태운 것으로 집계됐다. 낙산사 동종도 화재로 녹아내려 보물에서 지정 해제된다. 2년 뒤 동종은 복원됐지만 다시 보물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보물 제479호는 결번이 됐다.

낙산사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청은 중요 목조 문화재가 산불 등으로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막 설비와 경보시설 등을 포함한 방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매년 크고 작은 불로 인한 문화재 소실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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