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74)이 지난해 초부터 섬망으로 추정되는 정신 이상 증세에 시달리면서 무단 외출까지 시도해, 충격을 준다.
지난달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안효승)는 조두순의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치료 감호를 명했다. 재판부는 판결 직후 조두순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앞서 경찰에 따르면 외출제한 시간에 조두순이 현관 밖으로 나와 "누가 나를 욕한다", "파출소에 신고해야 한다" 등의 말을 하며 불안 증세를 보이는데, 최근 이런 증상이 더 심해졌다는 것. 함께 살던 아내는 조두순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난 올해 초 집을 떠났으며, 보호관찰관(법무부 전담요원)이 하루 두 번 조두순에게 생필품을 조달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조두순에게 나타났다는 섬망은 어떤 병이고, 누구에게 나타날까.
섬망은 신체 질환이나 약물·술 등으로 인해 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주의력·언어력 저하 등 인지 기능 전반의 장애와 정신병적 장애가 나타난다. '과다행동'(안절부절못함, 잠을 안 잠, 소리 지름, 주사기를 빼냄)과 생생한 환각, 초조함, 떨림 등이 증상으로 자주 나타난다. 예컨대 커튼·벽에 있는 옷을 보고 "도둑이다"고 외치거나 "남자가 저기 있다"며 겁을 먹는다.
비논리적인 사고나 피해망상, 의심도 섬망 환자에게 흔하다. 섬망은 입원 환자의 10~15%에게서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들은 의료진에게 "날 죽이려고 한다", "독극물을 주사한다"는 식으로 소리 지르기도 한다.
감염, 열병, 저산소증, 저혈당증, 약물 중독, 약물 금단, 간성뇌증 등과 같은 대사 장애가 있거나 뇌종양,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이 있을 때 섬망이 나타날 수 있다. 의학계에선 뇌의 망상체(주의력·각성을 조절), 아세틸콜린·도파민이 섬망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섬망을 일으키는 질환은 나이대에 따라 크게 다르다. 소아에게선 감염, 발열, 약물 중독, 외상이며 청소년은 정신활성물질 중독과 금단, 외상, 감염이 섬망을 불러올 수 있다. 청장년은 알코올 중독과 금단, 대사성 질환, 심혈관 질환이, 노인은 심뇌혈관 질환이 섬망을 재촉한다.
조두순은 올해 74세로 노인이다. 고령 자체도 섬망을 쉽게 일으키는 위험인자로 꼽힌다. 고령자가 골절·외상 등으로 수술받는 경우 섬망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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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섬망 증상은 치매와 엇비슷해 구별하기 쉽지 않다. 치매와 섬망의 다른 점은 '지속성'이다. 섬망의 경우 증상이 수일 이내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원인이 교정되면 수일 내 호전된다. 하루 동안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복이 심하다. 반면 치매는 수개월에 걸쳐 증상이 생기며, 증상의 심각성도 비교적 큰 변동 없이 일정하다. 단, 치매 환자에게 섬망이 나타난 경우엔 치매와 섬망 증상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노인 환자의 경우 주로 야간에 섬망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되도록 가족이 야간에 환자를 보살피는 게 안전하다. 또 병실의 불을 완전히 끄기보다는 간접조명을 비춰 환자가 착각을 일으키지 않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섬망의 1차 치료는 원인 질환을 제거·치료하는 것이다. 그 외 비약물적 치료와 약물적 치료가 있다. 비약물적 치료로는 시계·달력을 잘 보이는 곳에 있게 해 지남력을 확인하고, 과도한 감각 자극을 피하게 해야 한다. 은은한 조명을 설치하면 환자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섬망 환자가 밤과 낮을 구별할 수 있도록 창문이 나 있는 방에 머물도록 하는 게 밀폐된 공간에 머무르게 하는 것보다 좋다.
가족사진 같은 환자에게 친숙한 물건을 곁에 두도록 하고, 낮에 활동을 격려하고 저녁에 잠을 자도록 해 수면 각성 주기를 유지해야 한다. 환시 같은 정신병적 증상과 불면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항정신병 약물을 소량 사용하거나, 불면증 치료를 위해 로라제팜 같은 벤조디아제핀을 사용할 수 있다. 단, 섬망이 술(알코올)과 연관되지 않은 경우라면 벤조디아제핀이 오히려 섬망을 악화할 수 있다.
섬망은 다른 기저 질환의 경고라는 점에서 섬망 환자의 치사율은 높다. 섬망 환자의 40~50%는 섬망 발생 후 1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의학에선 섬망을 응급상황으로 간주한다. 섬망이 인지 기능을 영구적으로 손상할 수 있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한편 조두순은 2008년 12월 11일 안산 단원구에서 만 8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복역, 2020년 12월 12일 출소했다. 조두순은 안산시 단원구 자택에서 보호관찰을 받아왔고, 학생 등하교 시간대인 오전 7~9시와 오후 3~6시, 그리고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외출이 금지됐었다. 그러나 최근 심리 불안이 심해지면서 외출제한 명령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두순의 외출 제한 위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3년 12월 '밤 9시 이후 외출 금지' 명령을 어겨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으며, 올해 3월부터 6월 사이에도 네 차례에 걸쳐 같은 명령을 위반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첫 재판 당시 조두순은 "리모컨이 엉덩이에 깔렸는데 내가 좋아하던 드라마가 나왔다", "머리에 호박 덩어리를 올려놓은 것 같다"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이어가며 정신 이상 징후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