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말하는,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추한 민낯

김유진 기자
2016.08.13 03:10

[따끈따끈 새책] 자국의 제국주의에 비판적인 일본인 역사가 두 명이 바라본 전쟁에 관한 책 2권

“필리핀 정보지를 빌려서 읽다가 건국 직후 만주와 마찬가지로 각지에 반일 비적이 많다는 내용에 놀람. 본토에서는 필리핀이 일본 점령 후 평화를 되찾았다고 알고 있었기에 이는 생각지도 못한 정보임….” (‘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 중 한 일본군 중위가 필리핀행 군함에서 남긴 일기)

일본군, 그리고 일본인에게 자국이 벌인 전쟁은 어떤 의미였을까. 일본인에게도(물론 모두에게는 아니었겠으나) 전쟁은 끔찍한 일이었으며, 그 전쟁은 나치즘이나 파시즘과는 달리 ‘동의 되지 않은 전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책이 두 권 출간됐다.

출판사 글항아리가 광복절을 기해 일본제국의 육군에 대해 다룬 책 두 권을 냈다.‘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하급장교)과 ‘쇼와 육군’이다.

하급장교는 1942년 징병 돼 5년간 군 생활을 한 하급장교 출신의 작가인 야마모토 시치헤이가, 쇼와 육군은 일본 ‘자성(自省) 사관’의 선두에 서 있는 현대사 연구자 호사카 마사야스가 저술했다.

하급장교는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스무 살 청년이 바라본 전쟁을 일기를 쓰듯 묘사한 책이다. 주인공인 일본인 청년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일본제국 군대의 운영 방식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 가깝다. 적군이 소비에트군에서 돌연 미군으로 변경되고, 상관들이 하루는 히틀러, 하루는 체게바라 흉내를 내며 군 규율을 잡는다.

어린 군 장교 지망생의 경험으로부터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이 각각 성격이 달랐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독일에는 히틀러가, 이탈리아에는 무솔리니가 있었지만, 일본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말로 표현된 정당성이 없는 전쟁에서 군인들은 그저 조직의 요구에 따라 의미 없이 참여하는 개개인으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일본의 ‘알맹이 없는 제국주의’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 나치즘과 파시즘같은 이념 없이 어떻게 세계대전에서 군을 통제할 수 있었을까. ‘쇼와 육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쇼와 시대, 즉 쇼와(昭和) 천황이 통치한 1926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제국을 포함한 시대의 육군을 다룬다.

호사카 마사야스는 500여 명의 증언을 통해 ‘쇼와 육군’의 체질을 정의한다. 일본 군인들이 주민 18명을 손바닥에 철사를 꿰어 줄줄이 묶은 다음 교회당 앞에 세워 모두 총검으로 찔러죽이고, 군인 여럿이 여성을 강간한 뒤 죽이는 등 끔찍한 일들을 강행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었던 이유. 그는 ‘질서’라고 말한다.

군대 내 완벽한 위계질서 속에서, 계급 상승을 위해서는 ‘겁쟁이가 아니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군인을 양성하는 학교는 ‘아무렇지도 않게 단행하는’ 모습을 바람직한 군인 상으로 가르쳤고, 이런 교육 속에서 서로를 단지 살상 무기 정도로 생각하는 군대가 탄생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한 뒤 비난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미래에 발생 가능한 일본 제국주의에 얼마나 철저히 대비하고 있나. 두 권의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최용우 옮김. 글항아리 펴냄. 416쪽/ 1만8000원.

◇쇼와 육군=호사카 마사야스 지음. 정선태 옮김. 글항아리 펴냄. 1136쪽/ 5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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