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의 외교부 장관은 일제강점기 당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인 '화해·치유재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어 양국의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통해 '위로금'으로 사용될 재단 출연금 10억엔(약 107억원)의 사용방향을 사실상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모든 일련의 합의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빠져있다. 재단활동의 주인공이 돼야 할 할머니들은 지난 10일에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제1243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인 배상을 요구한 지 25년, 여전히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공허한 울림에만 머물고 있다.
피해자들이 오히려 협상 결과를 강요받고 있는 이때, 한일 위안부 협상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책이 출간됐다. 바로 일본인들의 시각에서 지난해 협상을 비평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이다.
책의 1부는 '위안부'문제의 역사적인 경과와 본질로 되돌아보며 '12·28 한일 합의'의 실체를 밝힌다. 위안부 피해자와 지원단체의 요구와 활동을 살펴보고 국제법이 규정하는 성노예제의 의의 등을 탐색한다.
2부에서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조사하고 연구해 온 연구자와 변호사, 교수, 시민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았다. 하나의 책으로 엮었지만, 각자의 의견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몇 가지 공통된 인식이 발견된다.
지난해 합의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은 될 수 없다는 것, 일본 정부의 책임회피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것, 합의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선 성실한 실천이 필수적이라는 것, 그리고 일본 시민의 책임이 크다는 점이다.
기요스에 아이사 무로란공업대학대학원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란 본래 해당 문제의 당사자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리인이나 중개인이 있다고 해도 당사자가 관여하지 않으면 해결을 위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며 "이번 합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합의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오카모토 유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웹사이트 '정의를 위해'(Fight for Justice)운영위원은 "지금은 '소녀상'을 철거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에도 이런 기념비가 필요하다"며 "자국의 가해역사를 계속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미래에 대한 책임"이라고 꼬집는다.
한국인보다 더 치열하게 위안부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해 온 일본인들의 목소리를 쫓아가다 보면 자못 부끄러워진다. 12·28 합의 이후에도 가해자인 일본은 진정한 사죄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용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양징자 외 32인 지음. 마에다 아키라 엮음. 이선희 옮김. 도서출판 창해 펴냄. 244쪽/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