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자살률, 출산율, 남녀 임금격차, 노인빈곤율, 일자리 양과 질, 삶의 만족도…OECD에서 한국이 최하위를 차지하는 항목들이다. '헬(hell)조선'이란 말은 일상이 됐고 행복은 사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2007년 설립된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다.
'복지'는 더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2011년 서울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두고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란이 촉발됐고 복지제도가 탄탄한 북유럽 선진국의 모습이 계속 조명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선 '복지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고 관련 제도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책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는 왜 복지국가인지, 어떤 복지국가여야 하는지, 어떻게 복지국가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이들에게 충실한 답변을 제시하는 책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출범 이후 9년 동안 강의하고 연구한 경험, 이론·실천의 성과를 담은 결과물로 공동대표인 이상이 교수가 책임저자를 맡았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있다. 1부 '왜 복지국가인가'에선 행복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인류의 오랜 투쟁역사부터 복지국가가 필요한 이유를 철학적, 경제학적, 사회적 논리를 기반으로 풀어낸다.
2부 '어떤 복지국가인가'에선 국민행복권이 보장되는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모델을 탐색한다. 각기 다른 유형의 복지를 추구하는 스웨덴, 미국, 독일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체제가 어떻게 시장만능주의로 구조화됐는지 짚는다. 역대 정부에서 '경제'와 '복지'라는 양 축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정리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주목할 부분은 3부 '어떻게 복지국가를 만들 것인가'이다. 책은 우리나라의 일그러진 복지교육과 언론의 왜곡 보도가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지적한다. "보편적 복지를 하면 게을러지고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는 식의 주장은 '누진적 조세원칙'에 따라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부자와 보수진영의 반대논리일 뿐, 실제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북유럽국가의 경제지표와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복지국가는 아동, 청년, 여성, 노인 등 생애 주기에 걸쳐 사람에게 직접 투자하는 각종 복지제도가 촘촘하게 잘 짜여있다"며 "사람에 대한 보편적, 적극적인 투자가 노동력의 질을 높이고 이렇게 확충된 인적 자본이 고용률과 노동생산성을 높여 경제를 성장시킨다"고 강조한다. 복지와 경제성장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선순환한다는 것.
저자는 한국의 미래로 국민행복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제시한다. '존엄, 연대, 정의'란 가치를 추구하며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혁신적 경제, 공정한 경제'를 원칙으로 한다. 책은 역동적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일원화 △보편적 보육과 교육 △청년의 고용과 소득보장 △국민연금과 공적 노후소득보장 △일자리 차별 금지 △일·가정 양립 △공공 사회서비스 30%로 확충 등 7개 주요 정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이 같은 전환을 가능케 하는 힘은 결국 정치에서 나온다며 정치개혁 과제로 독일식 비례대표제와 합의제 민주주의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행복할 권리'를 누리고 '행복한 나라'를 자식 세대에 물려주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정치의 주인인 국민이 복지국가의 논리와 정책을 공부하고 실천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책은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때 비로소 개인의 자유와 권리도 온전하게 보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이상이, 박은선 지음. 도서출판 밈 펴냄. 612쪽/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