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일해 돈을 벌어오는 아버지, 전업주부로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어머니. 그리고 자녀 2명으로 구성된, 서울 시내의 중형 아파트에 살면서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일명 ‘중산층 가족’.
2016년의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가족’이라는 환상이 무너지고 있다. 결혼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결혼한 부부의 이혼율은 증가하면서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다. ‘비혼’을 선언한 젊은이들부터 “아이를 다 키웠으니, 이제 각자도생하자”며 갈라서는 황혼이혼 족도 낯설지 않다.
‘계급, 젠더, 불평등 그리고 결혼의 사회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결혼시장’은 결혼이라는 소재로 전 세계적으로 심화한 불평등의 문제를 다룬다. 소득과 결혼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들은 ‘심화한 경제적 불평등’에서 찾으며, 지역별로 남녀가 짝을 찾는 방식을 다룬 여러 문헌을 참고해 최근 수십 년간 가족이 왜 그토록 많이 변화했는지를 상세하고 통찰력 있게 설명한다.
현대의 가족에게 닥친 변화를 온전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현재의 삶에 ‘계급’이 차지하는 역할이 커져만 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결혼, 이혼, 육아의 조건을 재정립하는 데 수 십 년 전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저자들은 이 근거를 가장 가난한 집단이 결혼하지 않고, 엘리트 여성이 역사적 흐름을 거슬러 가장 많이 결혼한다는 점을 그 근거로 삼는다. 수십 년 동안 모든 집단에서 꾸준히 증가해 온 이혼율이 교육과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에서는 떨어지는 반면, 다른 집단에서는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권력을 여성이 나누어 갖기 시작한 것도 결혼시장을 계급화한 하나의 사유다. 지난 반세기 동안 여성이 노동 시장에 성공적으로 편입하면서 대부분이 사회에서 이전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섰고, 그로 인해 ‘프로포즈를 거절할 능력’ ‘불행한 관계를 끝낼 능력’ ‘결혼 파트너를 찾아낼 능력’ 등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는 엘리트 상층 여성들이 좋은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을 높이며, 엘리트가 아닌 여성들의 파트너 찾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지금의 젊은 남성들의 소득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이러한 상황에 기름을 붓는다. 즉, 남성과 여성 사이 권력의 재분배가 이뤄지면서 가정과 시장의 관계가 재정립된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결혼시장 내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서 여성은 ‘하위 계급’에 처해있다는 것이 이들의 날카로운 분석이다. 인용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돈을 더 많이 벌 경우 집안일을 덜 하지만, 이는 여성이 가족 소득에 기여하는 비율이 51% 이내일 경우에만 해당한다. 즉 여성이 그 이상 돈을 벌면 남편의 허약한 자존감을 채워주기 위해 집안일을 더 많이 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계급, 젠더, 불평등이라는 장애물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결혼 시장을 뚫고 살아남은 ‘가족’, 특히 안정적이고 평화롭고 행복한 가족은 상위 계급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 상징이 됐다.
상위 계급은, 다시 결혼의 가치를 받아들이며 그들의 계급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간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는 지금의 시대를 정확히 반영한 모습이다.
◇결혼시장=준 카르본, 나오미 칸 지음. 시대의 창 펴냄. 428쪽/1만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