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스타'에서 '중창단 리더'로…고훈정의 종횡무진

구유나 기자
2017.03.04 05:53

[인터뷰] 뮤지컬에서 4중창까지 '러브콜 0순위' 고훈정 "음악은 나의 모든 것"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배우 고훈정을 만났다. 3월 첫째주까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더데빌', '비스티'에 출연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사진=구유나 기자

점잖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지닌 낡은 로봇의 주인 '제임스'. 그는 곧 인간의 선을 상징하는 'X-화이트'가 되어 웅장한 클래식과 강렬한 록이 결합한 넘버를 열창한다. 그리고 화려한 호스트지만 아픈 사연을 가진 '알렉스'까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고훈정(34·사진)을 만났다. 이번 주까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더데빌', '비스티'에 동시 출연하는 빡빡한 일정 탓에 지칠 법도 한데, 음악과 연기에 대해 시종일관 진지하고 열정적인 입담을 뽐냈다. 극 중 배역인 '알렉스'를 설명할 때는 감정이 이입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최근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많이 만났어요. 지금으로써는 주어진 것들을 차곡차곡 잘 치러내다 보면 또 다른 어떤 방향이 보일 거라 믿고 있어요. 결국은 무대에 서는 일이기 때문에 바쁘다고 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죠."

고훈정은 지난 1월 종영한 JTBC '팬텀싱어'에서 남성 4중창 그룹 '포르테 디 콰트로' 로 우승을 차지했다. 상반기 중 앨범을 발매하고 전국투어도 진행한다. /사진=알앤디웍스

데뷔 8년 차, 특유의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와 카리스마 있는 외모 덕에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이미 '대학로 아이돌'로 통한다. 최근엔 대중적 인지도까지 높였다. 지난 1월 종영한 JTBC '팬텀싱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방송에서 결성된 남성 4중창단 '포르테 디 콰트로'는 많은 사람에게 '입덕'(팬이 되는 것) 계기를 마련했다.

고훈정은 "TV에 그렇게 비쳤지만 '리더'라는 표현은 부담스럽다"면서도 "대중이 호응을 주신 덕분에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포르테 디 콰트로'는 이달 중 싱글 앨범을 발표하고 5월에는 정규앨범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4월에는 전국투어 콘서트도 열린다.

"4중창과 뮤지컬은 분명 교집합이 있어요. 바로 '앙상블'이죠. 네 명이 모였다는 것에 대한 장점이 분명히 있어야 하니까요. 뮤지컬 '스프링어웨이크닝', '사춘기', '팬레터'와 같은 작품들도 앙상블이 정말 중요한 작품이었고요. 앙상블에 드라마까지 있기 때문에 스토리텔링 요소에 대해서도 (팀원들과)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고훈정은 '팬텀싱어' 예선 무대에서 창작뮤지컬 '사의 찬미'의 곡 '저 바다에 쓴다'로 처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실제로 그의 출연작 중 대부분이 창작뮤지컬이다. 그는 "창작극은 배우 및 스태프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답이 된다는 점에서 너무 재밌고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지금도 '창작뮤지컬'하면 떠오르는 대 선배님들이 계신 데, 나중에는 나도 감히 거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생긴 게 무섭고 목소리도 중저음이라 많은 분이 강하고 센 이미지로 본다"며 "사실 웃기고 재밌는 역할을 좋아하는데 좀처럼 안 들어온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고훈정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2009년 뮤지컬 '스프링어웨이크닝'으로 데뷔했다.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뮤지컬 배우와 '1대 팬텀싱어'로서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사진=구유나 기자

뮤지컬 배우에서 4중창 팀원으로. 올 한 해는 그가 추구하는 음악적 창작 활동의 한계를 연장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고훈정은 대학 시절 성악을 전공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뮤지컬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전설적인 록그룹 '퀸'. 하지만 최근에는 투팍, 노토리어스 B.I.G.의 힙합과 로린 힐의 솔(soul)풀한 R&B도 즐겨 듣는다. 나중에는 발라드 솔로 앨범도 내고 싶다는 그다.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지난해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굉장히 놀랐어요. '와 이거다!'하면서 박수를 보냈죠. 정말 엄청난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히 뭐라 형용할 수는 없지만, 저에게도 (이번 일이) 던져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었어요. 예술인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계기였죠."

음악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쏟아낸 그는 '어떤 예술인으로 남고 싶으냐'는 마지막 질문에도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20대 중반 때만 해도 뮤지컬배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10년 뒤, 그러니까 2027년쯤 됐을 때 상상치 못한 어떤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게 뭐가 됐든 저는 음악이라는 범주 안에 있을 예정이라는 겁니다. 음악은 제 모든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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