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면 왜 아직도 원숭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신을 믿는 가톨릭 신자이자 생물학 교수인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개신교는 어디서 나왔나? 개신교가 나온 '그때'의 가톨릭이 아직도 남아 있나?"
오랜 시간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공방이 이어져왔다.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무지하고 진화론을 믿는 사람은 과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으로 인식되는 데 대해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떤 사람들이 왜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탐구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아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진화가 일부 사람에게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간이 하등동물과 같은 기원을 공유한다는 사실보다 인간이 다른 생물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진화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이해할수록 유구한 진화의 역사 속에서 인류가 차지한 위치가 얼마나 숭고한지 깨달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과학과 종교가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이해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갈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인간이 어떻게 자유의지를 갖도록 진화했는지 풀어냈다. 과학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적 가치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대의 문학 작품, 철학 고전, 과학 명저 등을 고루 언급했다.
총 8장으로 나뉜 이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갖는 특별함을 언급하며 첫 장을 시작한다. 저자는 생명이 온갖 위기에도 끝없이 진화하고 생존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나타낸다. 그렇다고 진화론이 인간을 자연이 만들어낸 우연에 불과한 존재로 격하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어 진화의 과학적 합리성과 진화론의 역사를,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을 살펴보고 인간의 뇌와 정신기능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의 의미를 짚어본다. 진화와 자유의지가 양립할 수 있는지 탐색을 거쳐, 인류가 진화과정에서 주어진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본능=케네스 밀러 지음. 김성훈 옮김. 더난출판 펴냄. 416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