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타인으로 인정해야 나를 제대로 볼 수 있어”

김고금평 기자
2020.06.20 05:28

[따끈따끈 새책] ‘슬픈 경계선’…경계인으로서 본 현장의 숨소리

타이완이라는 경계에서 살아온 저자가 타이완 밖으로 나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갈등과 다양한 경계들을 넘나든 기록이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강제로 그어진 경계선에서 통일을 바라면서도 동시에 바라지 않는 한국인들로부터 미국과 일본의 경계에서 일본을 증오하면서도 스스로 일본인이라고 소개하는 오키나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전 아시아의 경계 지역들을 둘러봤다.

책은 다크 투어리즘이나 인류학적 보고서 측면에서 관찰하는 대신,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에 끼인 여성이라는 다양한 처지의 경계인으로서 현장의 숨소리 자체에 귀를 기울인다.

저자가 아시아의 ‘경계’만을 여행한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는 서구 역사와 문화에 익숙하면서도 자신의 역사와 주변의 이웃에 대해서는 무관심한가?’이다.

다른 하나는 스스로의 정체성. 입시를 준비하면서 ‘본토’의 세세한 부분까지 달달 외웠지만, 정작 중국 본토에 입국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정체성에 의문을 던진다.

저자는 경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면서 ‘개입하는 방관자’의 목소리를 낸다. 한국을 방문해서는 실향민의 후손이 언젠가 북한이 중국에 흡수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중국의 역사 침략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오키나와 파인애플 공장에서는 타이완의 경제성장 신화에서 배제된 해외 파견 여공들을 역사 전면으로 끄집어내고, 말레이시아에선 원주민들과 선을 긋고 살아가는 화교들을 통해 혐오의 대물림을 우려한다.

저자가 여러 지역 답사를 통해 얻은 결론은 간단하다.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 저자는 “나를 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타인을 타인으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며 “자신이 밟고서 경계를 넘었을 때 진짜 세상이 열린다”고 강조한다.

◇슬픈 경계선=아포 지음. 김새봄 옮김. 추수밭 펴냄. 368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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