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바라본 '눈'…청소년의 시린 계절, 그 투명한 이야기

오진영 기자
2025.04.19 10:11

[이주의 MT문고] '스파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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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창비 제공

"눈에 이상이 오는 걸까. 눈을 뜬다. 눈송이가 바람에 실려 떠나간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열여섯 살 배유리에게는 더 그랬다. 오른쪽 눈은 각막이식을 받았지만 왼쪽 눈에는 여전히 빛이 없다. 하지만 식물인간 상태에 머물러 있는 동생을 생각하면 함부로 힘들다고 토로할 수도 없다. 가족에 대한 원망, 또래와 다르다는 고독함, 강요된 감사함이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배유리의 평온은 어떻게 해야 이뤄질 수 있을까.

소설 '스파클'을 쓴 최현진 작가는 배유리가 시린 계절을 맞이한 청소년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청소년은 어린이 티를 벗고 책임을 둘러메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다. 어른만큼의 권리를 갖추지 못했지만 아이만큼의 배려를 받지도 못한다. 자신을 구하지 않았던 할머니를 원망하고, 부모의 희망으로 들어간 의대 준비반에서 목표 없이 부유하는 배유리는 우리 시대 청소년의 표상이다.

배유리가 자신에게 각막을 준 기증자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장면은 청소년들이 삶의 의미를 결정지으려는 순례길이다. 기증자의 친구였던 시온과 함께 기증자의 고향인 제주를 돌아다니는 모습은 자신의 존재를 찾아다니는 탐구다. 자신의 새 눈으로 흩날리는 제주의 눈을 바라보는 모습은 자신을 확인받으려는 청소년들의 시도다.

저자는 아름다운 영화를 연상시키는 문체로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메신저나 이메일, 편지 등 다양한 매개체를 등장시켜 인물 간의 대화를 잇는 방법은 독특하다. 간결하면서도 상세하게 배유리와 시온, 그들의 가족의 마음과 행동을 서술해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 여운이 남는 듯한 묘사와 결말 부분에서의 전개도 인상적이다.

'스파클'이 교보문고·예스24 등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이같은 장점 덕택이다. 성인 작가가 으레 하기 쉬운 실수인 청소년들이 쓰지 않는 말,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없는 주제는 이 책에 없다. 시온과의 풋내 나는 감정, 어린 시절 큰 위기를 넘긴 청소년의 심리,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투명한 마음은 성인 독자에게도 남다른 울림을 준다.

일부 대목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향기가 풍긴다. 눈송이의 속도를 궁금해하며 편지를 주고받다 만남에 이르는 장면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와 비슷하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변화가 심하고 일부 묘사를 건너뛰는 듯한 대목이 있어 1회독으로는 저자가 숨겨놓은 의미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자는 2017년 동화 '두근두근 두드러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독특한 묘사와 어린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줄거리로 '제25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과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스파클', 창비,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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