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눈부신 성공, 그 밑에 짓눌려 있는 것

오진영 기자
2025.06.03 09:36

[이주의 MT문고]-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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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흐름출판 제공

신기술의 등장 속 인간의 소외는 오래 전부터 되풀이돼 온 문제다. 19세기 초 산업 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며 기계를 부순 러다이트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 진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후진적 인간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나 의회민주주의의 공고화 등 제도적 개선을 낳았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를 쓴 마크 그레이엄 옥스퍼드대학교 교수, 제임스 멀둔 에식스대학교 교수, 캘럼 캔트 에식스대학교 강사는 AI(인공지능)의 발전이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면서 차원이 다른 혁신을 가져왔지만 한편에선 노동자 착취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일부 특권층이 AI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AI 노동의 외주화다. AI 기술 개발에 성공한 거대 테크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 노동을 아웃소싱(위탁)했고, 그 결과 효율성을 엄청나게 높이면서도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수가 AI를 독차지하자 북미 노동자의 해고율은 폭등했고 아프리카나 인도 등 하청 국가의 노동자들은 부족한 월급을 받으며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AI가 창작성을 획득하면서 '인간 없는 예술'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흥미롭다. AI 도구들은 점차 정교해지고 있으며 모방을 넘어 창작의 영역에까지 도달했다. 최근 생성형 AI인 챗GPT가 '지브리 스튜디오'를 모방해 제공한 사진 제작 서비스가 7억장 이상 이용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AI가 창작산업의 일자리를 뺏고 있지만 그 대체물은 인간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책은 미국부터 나이로비, 아이슬란드,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 전세계의 AI 기업과 데이터센터, 하청업체를 아우른다. AI의 빛나는 성공 뒤에는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와 콘텐츠 생산자, 예술가들의 권리 침해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국경을 초월한 연대로 AI와 빅테크의 권리 침해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 AI 시대의 노동 전략은 계층을 막론하고 큰 울림을 남긴다.

핵심 주제인 노동권에 치우쳐 있어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소외된 노동자에 집중하다 보니 AI가 거뒀던 눈부신 성공보다는 실패와 AI의 부작용에 집중하는 부정적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거대 조직 구성과 단체행동을 서둘러 AI와 기계를 막아야 한다는 파괴적 면모는 반달리즘을 연상시킨다.

마크 그레이엄 교수와 제임스 멀둔 교수는 디지털 노동과 플랫폼 경제가 민주주의와 노동에 끼치는 영향을 탐구해 온 연구자다. 세계은행이나 국제노동기구, UN 등 국제단체의 조력자 역할을 하며 디지털 민주주의의 도립과 노동권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캘럼 캔트 강사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을 조사한 '라이딩 포 딜리버루'를 집필한 노동 조건 전문가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흐름출판, 2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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