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입과 혀로 무덤을 파고 있다

오진영 기자
2025.08.02 08:15

[이주의 MT문고]-'먹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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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빛의서가 제공

미국인 케이트는 150kg가 넘는다. 하지만 고열량 에너지 음료를 혼합해 먹는 '파워 음료'를 날마다 마신다. 자제를 권고하는 의사의 조언에는 "당신도 다른 의사와 똑같을 뿐"이라고 불같이 화를 낸다.

김갑석 할아버지는 당뇨에 걸렸다. 심근경색으로 죽을 뻔 했다 간신히 살아났지만 아직도 병실 서랍에 빵과 과자를 숨겨두고 있다. 의료진의 눈이 멀어지면 어김없이 서랍으로 손이 향한다.

'먹는 욕망'을 쓴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와 김대수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같은 식욕이 뇌가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욕구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가 되면서 지구는 거대한 식탁이 됐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먹이를 탐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본성은 특별히 인간이 사악하거나 탐욕스러워서가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미다.

책은 식욕이 가져다주는 '가짜 쾌락'에서 벗어나야만 내 몸을 돌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음식중독에 빠지면 일시적인 쾌락을 얻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내 몸을 해친다. 음식중독은 섭식장애의 일종인 폭식증으로 발전하고 비만, 수많은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모두 가짜 쾌락을 탐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를 가짜 쾌락의 노예로 만들기 위해 암약해온 자들이 있다는 분석도 재미있다. 우리의 지갑을 노리는 음식 기업들, 미디어, 문화 산업들은 음식을 밀어넣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짜내고 있다. 우리는 이미 뇌가 마비돼 얼마나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언제 만족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돼 버렸다.

책이 제시하는 식욕 억제 방법 중 흥미로운 것은 '마음 챙김 식사법'이다. 식사를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고 그 자체에 집중해 배부름을 풍성하게 유발하는 노하우다. 식사 중 다른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가 어떤 영양소를 얼마나 먹었는지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어 과식을 키운다.

책은 이해가 쉽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많이 제시해 어려운 주제를 간결하게 풀어냈다. 하지만 다소 두루뭉술해 보이거나 상세한 서술을 피한 것 같은 대목은 아쉽다. 과잉식욕 억제를 위해 심리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말은 상투적으로 들린다. 책 앞 대목에서 비만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다음 '비만도 괜찮다. 나 자신을 사랑하자'고 하는 말은 모순적이다.

최형진 교수는 13년간 진료에 집중해오다 기초의학 연구자로 탈바꿈한 의료 전문가다. 지난해 뇌의 시상하부와 비만치료제가 반응해 식욕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세계적 권위의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되는 성과를 내며 이름을 알렸다. 김대수 교수는 노화 억제와 소유욕 등 뇌와 관련된 연구를 전담한다. 3회 연속 카이스트 우수 강의상을 받는 등 과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데에 힘쓰고 있다.

◇먹는 욕망, 빛의서가,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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