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은 왜 3번 고개를 숙였나…'JY의 사과 리더십'

이재용 회장은 왜 3번 고개를 숙였나…'JY의 사과 리더십'

박종진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5.16 18:31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며 취재진 앞에서 총파업이 예고된 노사 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머리를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2026.05.16.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며 취재진 앞에서 총파업이 예고된 노사 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머리를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2026.05.16. [email protected] /사진=정병혁

이재용 삼성전자(270,500원 ▼25,500 -8.61%) 회장이 세 번 고개를 숙여 국민 앞에 사과했다. 최근 국민적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예고 날짜를 닷새 앞두고서다.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생산라인이 자칫 멈출 수도 있다는 공포에 정부가 나섰고 총수인 이 회장이 전격 등판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 이 회장(약칭 JY)의 '사과 리더십'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다.

이 회장은 16일 오후 2시25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공항(SGBAC)으로 입국해 기자들 앞에 섰다. 곧이어 상의 안주머니에서 준비해둔 종이를 꺼냈다. 사과문이었다.

이 회장은 해외출장 도중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입국할 때 기자들과 만나도 "수고 많으시다" 정도의 덕담만 간단히 나누는 정도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사과문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항상 저희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 해주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입니다.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습니다.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봅시다. 끝으로 저희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주고 계시는 정부와 관계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드립니다.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고객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올립니다."

단 8문장이지만 '사과', '사죄', '죄송' 등의 표현이 3번이나 포함됐다. 몸을 낮춰 3번 국민 앞에 숙였다. 우선 글로벌 최첨단 기업을 이끄는 경영인으로서 고객에게 사과했고 이어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총수로서 국민 앞에 사죄했다. 그러면서 "다 제 탓"이라고 본인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변명은 없었다. 이른바 '사과의 정석'으로 꼽히는 방식이다.

우선 이 회장의 전격적인 사과는 사안의 중대성을 상징한다. 반도체 산업은 이달(1~10일) 기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만 코스피 시가총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그야말로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국가적 재앙이나 다름없다. 산업통상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부처 장관들이 직접 나서 노조를 압박하고 달랬고 청와대는 '노사 대화'를 강력 주문했다.

전날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사장단이 나서 대국민사과를 발표하고 노조를 찾아가 먼저 손을 내민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일정을 소화하던 이 회장까지 서둘러 귀국하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쏟아낸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아울러 이 회장의 사과 리더십은 과거에도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과'부터 그랬다.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논란에 휩싸이자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국민 앞에 섰다.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바짝 자세를 낮췄고 울먹이기까지 했다.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회피하지 않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면서 '체면보다 책임'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재계 안팎에 각인시켰다.

오늘날 삼성 노조 탄생에 분기점이 된 2020년 대국민 사과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정농단 사태의 후폭풍으로 각종 재판이 진행되던 때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의 논란과 무노조 경영 비판 등에 대해 사과했다. 이 회장은 에둘러 표현하는 대신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와 같이 직설적 발언으로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총수로서 고비마다 전면에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다른 기업에도 큰 시사점이 된다"며 "이를 계기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적 우려를 씻어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이 회장의 사과에 협상 참여로 화답했다. 삼성전자 과반노조 대표를 맡고 있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이재용) 회장님의 사과내용을 확인했고 신뢰회복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사측에서)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며 "월요일(1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사측과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 성과급의 제도화'를 요구하며 사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달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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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최지은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지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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