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인간은 홀로 오롯한 존재가 아니라 집단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을 담은 말이다. 인간의 소속감은 작게는 가족, 친구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와 사회를 향한다. 때로는 이 소속감을 지키기 위해 살인이나 전쟁 등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집단 본능'을 쓴 마이클 모리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동료 본능'이 인류를 번성케 한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집단에 소속돼 과거의 경험을 모방하고 다음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이 문화의 축적을 낳고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 역시 개인 지능의 성과가 아닌 부족과 연계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불러온 효과다.
동료들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이 인류 문화의 토대가 되었다는 분석이 재미 있다. 소속된 집단의 구성원이 되고 싶어하는 인간 본능이 규범과 순응을 불러오고 사회 전체의 변화에도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리콴유 총리의 싱가포르 개혁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 총리는 정신적 고향인 '영국처럼' 제도를 바꿨고 영국인이 되고 싶어하는 상인과 관리들이 동참하면서 싱가포르는 청렴한 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책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욕구는 사회적 존경을 받고 싶어하는 부족적 욕구다. 이 부족적 욕구는 너무 강력한 나머지 개인의 욕구까지 억누를 수 있다. 미국은 10대의 흡연을 막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할리우드 영화에 담배가 등장하지 않도록 한 조치였다. 사회적 위치가 높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피우지 않는 담배가 10대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책은 집단 본능이 항상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역설한다.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사이비 종교나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인종차별 등도 집단 본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 두 갈래로 쪼개진 정치도 집단 본능이 낳은 부작용 중 하나다. 사람들은 단순히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며 때로는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다양한 분석은 재미있지만 결론은 모호하다. 집단 본능의 부정적 면에 대해 다루면서도 해결의 열쇠 역시 집단 본능에 있다는 서술은 다소 모순적이다. 집단지성과 대중의 힘에 대한 과신은 찬반 논쟁이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부족 안에서 함께할 때에만 번영할 수 있다는 저자의 소신은 동서양의 사회문화적 차이나 일부 집단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저자는 스탠퍼드대와 컬럼비아대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문화심리학에서 세계적 명성을 쌓은 전문가다. 의사 결정과 대인관계 영향력, 소셜 네트워크 등을 주제로 주요 학술지에 2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집단 본능, 부·키, 2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