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늙은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처리했다. 당혹스럽지만 슬프고 아팠다. 위생장갑이나 물티슈도 없이 어마어마한 양의 휴지를 썼다. 시어머니는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 말 하시지 말라고 한 뒤 세탁실로 도망쳤다. 한바탕 울고 돌아온 뒤 시어머니는 말했다. '오늘 밤에 죽었으면 좋겠다'".
서민선 작가는 40대가 되자 노년에 관심이 많아졌다. 몸이 아픈 75세 시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젊음이 사라지는 시기'에 관심이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노년을 다룬 36권의 책을 읽었다. 중병부터 치매, 노년의 고독, 종교, 사후세계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책들이었다. 독서 후 감상을 한 데 묶어 '노년을 읽습니다'라는 책을 펴냈다.
누구나 늙지만 늙기 전에는 어떻게 늙는지 모른다. 늙은 후에 어떻게 될지에 대한 상상도 막연한 환상에 가깝다. 며느리에게 항문을 닦게 하는 시어머니, 청력이 떨어져 딸의 말도 듣지 못하는 아버지는 우리의 나중 모습일 수 있다. 미리 알아야 충격도 덜하다. 모른다고 외면하지 말고 노년을 똑바로 마주하도록 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인상적인 대목은 죽기 위해 곡기를 끊는 사람들에 대한 서술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잘 먹어야 살고, 살아야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저자의 조심스러운 말처럼 이들을 온전히 들여다봐야 이해할 수 있다. 사후에 무엇을 할지, 남은 사람들에게 뭘 해 줄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다.
수많은 책을 읽고 전하는 이야기다 보니 다소 산만한 느낌도 든다. 힘든 이야기들을 다룬 뒤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 서술 방식은 반론을 허락하지 않는 듯한 인상이다. 중병이나 치매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아닌 '별 탈 없이' 지내는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저자는 식품회사에 10년간 다니다 한국어 교사로 직업을 바꾼 뒤 10년째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시어머니와의 각별한 이야기들을 다룬 '연애'라는 책도 썼다.
◇노년을 읽습니다, 헤르츠나인, 1만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