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매 걸릴 리 없다" 생각하는 당신, 더 빨리 잊는다

오진영 기자
2025.08.26 15:23

[이주의 MT문고]-'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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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더 퀘스트 제공

알츠하이머(치매)는 두렵다. 복잡한 전문 지식부터 대소변을 가리는 방법, 가족과 친구의 얼굴 등 내가 나일 수 있게 해 주는 것들을 잊게 만드는 병이기 때문이다. 이 공포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인 치매를 '말하면 안 되는 병'으로 만들었다. 전세계에서 5000만명, 우리나라에만 100만명에 가까운 치매 환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자신에게도, 사회에서도 잊혀지고 있다.

자신이 치매를 앓고 있는 신경과 의사 대니얼 깁스는 저서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에서 자신의 투병 경험과 증상을 담담히 고백한다. 나지도 않는 냄새를 맡고 이웃의 이름을 잊으며 수없이 갔던 음식점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일 따위다. 이 일들을 겪으며 '치매 전문가'의 입장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치매가 진행되는지,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을 서술했다.

책은 사회에서 소외돼 있는 치매를 알리고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겠다는 의도에서 씌어졌다. 여러 차례 나왔던 치매 환자의 수기와는 결이 다르다. 감성보다는 논리의 영역이다. 슬픔과 우울함, 상실감 속에서 희망을 찾자는 상투적인 내용보다는 고혈압과 뇌출혈을 일으키는 물질, 뇌 미세혈관을 손상시키는 생활 습관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감정을 억누르는 대목이다. 저자가 전문의로 활동해 오며 만난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시기를 놓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돼 병을 악화시킨다. 저자는 미래에 대한 공포에 휩싸이면 '병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보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어두운 측면을 똑바로 봐야만 병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치매 환자로서의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임상시험과 여러 약물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의사 대신 환자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치매에 걸린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치매를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참고서가 되어준다.

책이 완전한 '합리적 진단'은 아니다. 곳곳에서 잊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엿보인다. 저자가 치매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객관적이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지침서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 치매와 맞서싸우기 위한 감정적 준비와 방법에 대한 설명이 적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신경화학과 신경내분비학을 연구해오며 의료계와 신경과에서 큰 족적을 남긴 치매 전문가다. 30여년간 신경과 임상과 연구에 헌신했으며 치매의 조기 인지와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언론인인 터리사 H. 바커가 저자를 도와 공동 저술했다.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더 퀘스트, 1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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