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은 모든 산업 중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중 하나다. 인공지능(AI)의 등장과 전기차의 비중 확대, 완전자율주행(FSD) 시대의 도래 등이 겹치며 말 그대로 '하룻밤 자고 나니 바뀌는'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일 뿐만 아니라 교통·물류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항상 뉴스가 가장 먼저 다루는 관심사다.
안병기 전 스텔란티스 글로벌 배터리 담당 부사장이 쓴 '엔진 너머의 미래'는 자동차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책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하이브리드 등 현재 산업의 이슈부터 비야디(BYD)·지리자동차 등 중국의 물량공세,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차 정책 변화까지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서술했다. 'G2'의 패권 경쟁이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도 날카롭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테슬라를 설명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인' 일론 머스크의 기업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중국의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췄다고 평가한다. 전기차 열풍을 이끌며 자율주행 기술을 착착 개발시켜 나가는 테슬라는 차 산업을 넘어 미래 전반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가졌다.
저자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스텔란티스 등 내노라하는 차 업체들을 거치며 얻은 경험도 읽을거리다. 차 사업을 추진하려던 LG그룹에 건넨 조언, 스텔란티스에서 배터리 부분을 담당하다 느꼈던 문제점 등은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자신만의 경험과 애정을 바탕으로 건네는 해외 공략 비결도 흥미롭다.
차 산업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이해가 힘든 대목이 많다. 미국과 중국의 분쟁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우리나라의 현황에 대한 분석은 조금 부족해 보인다. 몇몇 해결책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원론적이어서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하기는 다소 부적합하다.
저자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 등에서 연료전지와 경량화 소재를 연구해 온 차량 전문가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서 우리 차 산업의 전동화 시대를 견인했으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빅 3' 완성차 기업의 부사장에 올랐다. '슈퍼샐러드', '당신의 직장은 행복한가', '거인의 어깨' 등 다양한 책을 썼다.
◇엔진 너머의 미래, 흐름출판,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