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예술 관람 수요가 꾸준히 불어나고 있으나 국악은 '나홀로 불황'에 시달린다. 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고질적인 공연 수 부족과 자본 문제로 수요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국악계의 위기감도 심화한다.
20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 14일까지 누적 기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국악 부문 티켓판매액은 7억5523만원으로 전년 동기(8억6400만원) 대비 12.6% 감소했다. 전국의 국악 티켓판매액을 모두 더해도 서울 한 곳의 뮤지컬(1107억여원)이나 연극(527억여원), 클래식(131억여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국악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제주는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국악 공연 수입이 0원이었으며 강원도는 이날 기준 전 지역의 티켓판매액이 1034만원에 불과하다. 1034만원은 수도권 지역에서 열리는 연극이나 클래식 1건의 매출보다도 적다.
수요가 없다 보니 공연 일정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A국악단은 지난달 민속 음악 공연을 취소했으며 경남의 B국악 협주회는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일정을 조정했다. 국악계 관계자는 "감염병이나 화재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취소·연기 사유를 공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최근 몇 년간 티켓 판매액이 (손익분기점의) 반도 채우지 못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악 홀대'는 티켓값으로도 나타난다. 대중음악은 물론 뮤지컬, 클래식 등의 티켓 가격은 최대 20만원을 웃돌지만 국악은 비싸도 3만원을 넘기 어렵다. 다른 종목과 협연하거나 무용, 연극 등 요소가 들어가야 가격이 오른다. 이마저도 티켓이 팔리지 않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통상 국악 공연이 500석 정도에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진되더라도 매출이 150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국악계는 수준 높은 공연과 '스타 국악인'들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기업문화재단 등이 키를 잡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는 정부 지원안이나 기업 후원 공연이 대부분 대중음악, 클래식 등에 치우쳐 있다. 지난 10일 확정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추경 예산(4614억원)에도 체육과 영화, 관광, 콘텐츠 등 지원 예산이 대부분이며 국악 특화 지원 예산은 사실상 0원이다.
2024년 6월부터 22개월간 비어 있는 국립국악원 원장도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 국악원은 국악 진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지만 원장이 장기간 공석 상태로 유지되며 속도감 있는 정책 마련이 어려웠다. 지난해에도 문체부가 국악원장을 공무원 출신 인사로 임명하려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국악계의 반발이 나오며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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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반대 성명에 참여했던 한 국악인은 "지금 국악계의 위기는 국민적 무관심과 정책 부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라며 "전통문화의 근간이 되는 국악이 살아나려면 보다 많은 공연이 열릴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