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도, 목사님도 쓴다…'신의 영역' 끼어든 AI, 걱정거리는

오진영 기자
2026.02.12 07:00
/그래픽 = 김현정 디자인기자

종교계가 인공지능(AI)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줄어드는 청년층의 관심을 회복하고, AI 악용에 따른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12일 종교계에 따르면 주요 종교는 AI 관련 조직 신설과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낸다. 대한불교조계종은 'AI를 이끄는 불교'를 비전으로 승가교육·청년 포교 등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 교단 차원에서 공들이는 콘텐츠 '선명상'을 담당하는 중앙 본부를 꾸렸다. 콘텐츠 개발과 보급에도 AI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선도하는 한국 불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천주교계는 교리 보급과 신학 연구에 AI를 활용한다. 레오 14세 교황이 "AI가 인간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는 등 교황청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지만 가장 먼저 활용 가이드라인(지침)을 발표했다. 2만8000여종의 교회 문서로 만들어진 천주교 생성형 AI인 '마지스테리움'을 사용하는 국가도 185개국 이상이다.

개신교계에서는 설교나 콘텐츠 제작, 교단 관리 등에 AI가 투입된다.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디지털 목회를 열고 AI를 활용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AI 윤리지침을 세우고 일선 교회에서 AI 예술 전시를 열었다. 유교계와 천도계도 전용 AI·챗봇을 만들거나 상담 서비스를 내놓는 등 활용도를 늘렸다.

주요 종교가 교단 차원에서 AI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최근 심화된 위기감이 반영됐다. AI를 주로 사용하는 청년층의 종교에 대한 관심이 지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조계종 등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개신교와 불교의 2030 교인 비중은 약 20% 수준에서 10%대 안팎으로 낮아졌다.

가짜뉴스와 거짓 교리 확산도 문제다. AI가 잘못된 종교 관련 정보를 퍼뜨리거나 교리를 왜곡해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대형 교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AI를 사용하고 있으나 통일된 기준이 없어 목회 정보나 교리 해석이 저마다 다르다"며 "완전히 틀린 교리 해석을 'AI가 말했으니 맞다'고 말하는 교인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종교계는 상담과 교인 공동체 형성 등 종교의 순기능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맞춤형 교리 교육이나 신속한 답변 등에서는 AI가 강점을 보이지만, 영적 교감과 감성의 영역에서는 인간 성직자를 넘어설 수 없다는 설명이다.

종교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종교 모임을 통해 확인됐듯 전통적 형식만이 옳고 AI 활용은 잘못됐다고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종교 의례나 모임의 일부를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기존 체계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쳐야 하며, 인간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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