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2달도 안 남았는데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안 올라온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17일 만난 한 축구 지도자는 2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흥행 성적표는 역대 월드컵 중 최악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이 지도자는 "축구계의 간판인 국가대표팀을 팬들이 외면하기 시작하면 전체 시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말에는 최근 침체에 빠져 있는 국가대표팀 인기에 대한 축구계의 고민이 묻어 있다. 팬들의 비판적 반응과 안팎의 개혁 요구에도 납득할 만한 쇄신에 실패하면서 팬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우려다. 축구계 최대의 '빅 이벤트'인 월드컵을 앞두고서도 중계권 문제, 부진한 성적 등 해결할 문제가 많다는 고민도 담겼다.
잡음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최근 열린 오스트리아전의 시청률은 1.1%이며 코트디부아르전은 4.7%, 가나전이 8.5%를 기록했다. 직전 열린 4경기가 모두 10%를 넘긴 2022 카타르 월드컵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파라과이전 현장을 찾은 관람객은 2만 2206명으로 17년 만에 최소 관중이며 가나전도 3만 3256명으로 관중석의 절반 정도밖에 채우지 못했다.
잇단 흥행 부진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대한축구협회 개혁·국가대표 감독 선임 등 사안을 둘러싼 비판 여론과 저조한 성적, 중계권 분쟁이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의 4선 이후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잇달아 임명되며 관련 절차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축구협회는 별다른 쇄신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후 일부 단체의 보이콧, 비판 성명 등이 잇따르며 팬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잇단 '흥행 참사'에도 축구협회의 입장은 팬들과 온도 차가 크다. 정 회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흥행 참사의) 전체적인 원인은 협회에 있다"면서도 "차곡차곡 해 나가면 월드컵을 계기로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도 지난 2일 유럽 2연전 뒤 귀국 인터뷰에서 "전술적으로는 일정 부분 완성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호성적을 자신했다.
그러나 최근 성적은 좋지 않다. 1000번째 A매치(국가 간 경기)인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0대 4로 패배했으며 오스트리아에도 0대 1로 무릎을 꿇었다. 월드컵에서 같은 조에 배치된 멕시코, 체코, 남아공과 비슷한 전력인 만큼 '본선 성적도 비슷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른다. 여기에 '적자 중계'를 우려한 지상파 3사가 월드컵 중계에 난색을 표하면서 관심이 예전 월드컵만 못하다는 평가다.
축구계는 이 추세라면 월드컵 후에도 분위기 반전이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 막대한 돈이 필요한 축구계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축구협회는 지난 7일 천안에 국비와 협회 예산 4023억원을 사용해 '코리아풋볼파크'를 개관했으며 매년 300억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연봉으로만 20억원에 가까운 돈이 쓰인다는 점도 비판거리다.
한 체육단체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 기금 등을 포함하면 모든 종목 중 축구에 쓰이는 예산이 가장 많다"며 "2002년 '4강 신화' 이후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인데 만일 인기가 떨어진다면 굳이 많은 돈을 투입할 정당성이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