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려면 잘 죽어야 한다…이 모순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오진영 기자
2026.05.03 09:00

[이주의 MT문고]-'죽음을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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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책읽는고양이

동양에서는 유독 죽음이 금기시된다.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무례한 사람'이 되는 탓에 공개적인 논의나 의견 피력은 엄두도 내기 어렵다. 아무리 나쁜 짓을 했더라도 죽은 뒤라면 비판조차 꺼리는 독특한 문화도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만 존재하는 '사자(사망자) 명예훼손죄'가 대표적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중 한 사람인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이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삶과 죽음은 늘 이웃해 있고,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기 때문에 삶을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는 먼저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죽음에 대한 인정은 괴롭고 무섭지만, 현재의 삶이 언제까지 계속되리라는 안도감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저자의 독특한 죽음관은 책 내내 배어 있다.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때는 바로 죽음을 목전에 뒀을 때다. 삶은 고난이고 수많은 어려움을 동반하기 때문에 죽음을 일종의 '해방'으로 받아들이면 두려움이 덜해진다. 적당한 때에 끝맺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책은 죽음이 가까이 온 독자들 외에도 젊거나 건강해 아직 죽음과 멀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적합하다. 운명은 평등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죽음은 방문 앞에 서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죽음은 자신의 자리를 다음 사람에게 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런 사고방식을 굳히면 삶을 더 힘껏,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다.

과격하거나 차별적인 대목이 부분부분 눈에 띄어 다소 거부감을 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저자의 종교적 색채가 짙게 배어 있어 이해가 되지 않거나 공감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저자는 93세까지 장수했으면서도 수시로 '50살이 넘으면 죽어가는 것', '장수는 지옥'이라는 등 죽음 예찬론은 모순적이다.

소노 아야코는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를 집필한 유명 작가다. '누구를 위하여 사랑하는가', '천상의 푸른 빛' 등 걸작을 썼으며 키쿠치 칸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화상 등 대형 상을 받았다. 일본 문화에서 최고 영예 중 하나인 문화공로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극우 논란, 인종차별 논란, 재해 피해자들에 대한 막말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 책읽는고양이, 1만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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