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FLOW]

"위기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동남아 팬들의 K팝 수요가 주춤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3일 한 대중음악 제작사 관계자는 K팝의 걱정거리를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말했다. K팝 인기를 떠받치는 '텃밭'이었던 동남아에서 공연 매진에 실패하거나, 일부 팬들이 이탈하는 등 위기 신호가 감지됐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 시장 규모 축소 등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지기 전에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 K팝의 인기가 주춤거리고 있다. 내놓으면 즉각 베스트셀러에 오르던 과거와는 다르게 자국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도전이 거세지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최근 한 보이그룹은 필리핀에서 열린 공연을 매진시키지 못했는데, 이 그룹은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수만석 규모의 공연을 하루 만에 '완판'시킨 인기 그룹이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주요 6개국 중 K팝이 1위인 국가는 태국과 베트남, 싱가포르 등 3개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상위 10위 내에 K팝이 1곡도 없으며 베트남(2곡)과 말레이시아(1곡)도 대부분 자국 아티스트가 인기 차트를 채우고 있다.
대중문화계는 주된 요인으로 비싼 가격을 지목한다. 2030 젊은 세대가 주 팬층이지만 굿즈(기념품)나 티켓 가격이 1달 월급에 가깝다 보니 '팬심'만으로 구매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6개월 전 트와이스의 필리핀 공연 티켓은 최대 1만 9000페소(한화 약 45만원)인데 현지 대졸 평균 초임 월급(1만 8943페소)보다 높다. 2023년 블랙핑크의 태국 공연 티켓도 50만원을 웃돌았는데 역시 1달 월급에 가깝다.

자국 아티스트들의 성장세가 거센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동남아시아는 자국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뚜렷한 시장으로, 자국 노래 감상을 일종의 '애국'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BBC는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의 걸그룹 '노나'의 신곡이 스포티파이에서 950만회 이상 재생된 사례를 보도하며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배경에 대한 열망이 그들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시장에서의 인기를 수성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BTS(방탄소년단), 스트레이키즈, 블랙핑크 등 그룹이 서구에서도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동남아를 내주면 '월드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는 물론 수익성 악화까지 우려된다. RMIT대(로열멜버른공과대)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동남아 주요 6개국의 음악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2758억원 규모이며 인구는 6억 명이 넘는다.
대안으로는 가격 조정, 월드 투어 횟수 확대와 동남아 멤버 영입 등이 꼽힌다. '하츠투하츠'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멤버 '카르멘'을 영입하면서 실시간 트렌드 1위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대중음악계 관계자는 "K팝이 주류 문화가 되면서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보다는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며 "동남아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전통적인 소비국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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