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별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대 작가 중 한 명이다. 독특한 소재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 10대 특유의 감성을 활용한 SNS 소통으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백 작가의 신작 '나의 사탄'도 역시 소재가 흥미롭다.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소재인 10대 여성의 동성애를 다뤘다. 주인공인 '소정'은 같은 여성인 'Y'에게 끌리는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면서도 끝없이 그녀를 갈망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애정 행각의 묘사나 감정의 수위가 제법 높다.
곳곳에서 철학적이면서도 반종교적인 냄새도 풍긴다. 제목부터가 자신을 동성애로 이끈 'Y'를 빗댄 '나의 사탄'이다. 교회에 다니는 '소정'은 목사의 용서와 이해를 갈구하면서도 사탄과 함께하는 지옥행을 멈추지 못한다. 이들을 지옥으로 이끄는 것은 'Y'인가, 먼저 사랑에 빠져든 '소정'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책의 일관된 주제는 사랑이다. 단순히 사랑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을 태워서라도 할 수 있는 파멸적인 사랑이다. 작가도 '누군가를 위해 약해질 수 있는 사랑'을 부각한다.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책이 고민할 계기를 주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작가 특유의 풋풋하면서도 묵직한 문체는 이번 작품에도 건재하다.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듯한 구조, 너른 여백으로 곱씹어 보게 만드는 전개도 몰입감을 높인다. 책에 들어 있는 작가의 자필 편지나 독자가 직접 쓸 수 있도록 한 편지지도 색다른 매력을 가져다준다.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만남 - 이별 - 재회라는 구성은 다소 밋밋하고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소설에 정해진 분량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사탄'은 지나치게 분량이 적다. 책 말미의 작가 인터뷰가 더 길게 보일 정도다. 한강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의 '불친절한' 문체에 영향을 받은 듯한 '생략체'도 작가 특유의 개성과 멀어진 것 같아 아쉽다.
저자는 고등학생 때 쓴 소설 '시한부'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여고생 작가'다. 지난해 도서 판매 수익금 1억원을 기부하며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최초로 가입하기도 했다. 제25회 유관순 횃불상을 수상했다.
◇나의 사탄, 위즈덤하우스, 1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