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 보는 팁" SNS 수두룩…호러보다 무서운 '15세 뚫기'에 극장 비상

오진영 기자
2026.06.06 08:00

[이주의 FLOW]

[편집자주]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문화·예술 관람률은 10명 중 6명인 60.2%. 하지만 넘쳐나는 공연과 전시, 정책에는 자칫 압도돼 흥미를 잃기 십상입니다. 예술에서 '플로우'(Flow)는 몰입을 뜻합니다. 머니투데이가 당신의 문화·예술·스포츠 'FLOW'를 위해 이번 주의 이슈를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사진 = 게티이미지

"겉보기로는 (관객이) 몇 살이신지 구분이 안 돼요. 그렇다고 모든 관객에게 신분증 검사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5일 서울 구로구 인근의 한 극장 직원 A씨(26)는 근무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말했다. 최근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작들이 늘며 학생 관객들의 단속이 어려워졌다는 고민이다. A씨는 "연령 제한 영화가 상영될 때마다 전쟁 같다"며 "옆자리 어른을 보호자라고 말하거나 어두운 장소에서 학생증을 내밀면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호러(공포) 영화 열풍'으로 관객이 급증 중인 극장가가 뜬금없는 연령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학생 관객들의 엄격한 연령 확인이 필요하다'는 단속 강화 주장이 불거지면서다. 위반시 영화관에 징역이나 벌금,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지만 점차 인력을 줄이고 있는 현실상 빈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영화상영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관람객 'Top 10'중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는 총 4편이다. 이 중 3편은 '군체', '살목지', '백룸' 등 호러 영화다. 최근 5년간 인기 순위에서 호러 영화가 전멸했던 경향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들 영화에는 피가 노출되는 잔혹한 장면이나 공포스러운 장면, 불법 약물 등을 언급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문제는 15세 이하 관람불가 딱지가 붙은 이들 영화를 보려는 아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군체나 백룸 등 영화는 게임이나 웹툰, 유튜브를 통해 초등학생~중학생에게도 잘 알려진 콘텐츠다. 이날 기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들 영화를 검색할 경우 '나이 제한 통과하기' '15세 뚫기' 등 글이 다수 검색된다. 한 '비법'은 유튜브에서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몇 년 간 부진으로 지점 축소, 인력 감축을 단행한 영화관 입장에서는 '나이 뚫기'를 막기가 어렵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별도 검사 인력 없이 자율입장을 병행 중인데 일단 예매에 성공하면 무를 방법이 없다. 영화 시작 직전 의심 사례의 학생증, 등본 등을 검사한 뒤 환불을 안내하는 방식을 사용 중이지만 이마저도 1~2명이 전체 관객을 확인해야 해 어려움이 많다.

부천의 한 영화관에서 근무하는 B씨(24)는 "다른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어 큰 소리로 말하거나 강제로 퇴거 조치할 수는 힘들다"며 "한두바퀴를 돌다 시작 시간이 돼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시내 한 영화관에 영화 '군체'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 사진 = 뉴시스

'나이 뚫기'가 최근 영화관을 덮친 불황 탓이라는 해석도 이 때문이다.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미성년 관람불가)이나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15세)가 부과될 정도로 처벌이 엄격하지만 정작 영화관에는 단속 강화에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영화관 매출은 약 1조 47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1조9140억원과 비교하면 45% 가까이 감소했다.

호러 열풍이 여름 성수기,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문제 해소를 위해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와 영진위가 코로나 피해 극복을 위해 2022년 운영인력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302억원의 추경 예산이 투입되며 상연업계에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관람 연령 위반 같은) 인력·비용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다"며 "올해 '왕사남'의 흥행 등 반등 신호가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섣불리 투자를 늘려서 대응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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