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억압의 역사를 지나온 여성 독자들을 다룬 책이 나왔다. 유명인이나 특정 여성 작가에 집중하지 않고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여성 독자들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씌어졌다.
베테랑 언론인인 최현미 작가가 쓴 '읽는 여성의 역사'의 주인공은 평범한 독자들이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여성 독자들이야말로 오늘날 여성 문학이 거둔 성과의 기반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했다. 최근 여성 작가들의 국제 무대 성과가 늘어난 것도 이들의 지지 덕택이다.
다양한 사례가 흥미롭다. 고대 국가 바빌로니아에서 문서를 읽었던 여성 서기관, 중세의 '독서광' 수녀들, 조선의 여성 학자들 등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만한 사례가 풍성하다. 지적 여성을 겁낸 이들에게 탄압당해 마녀로 몰리기까지 한 여성 독자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책은 여성의 독서 역사를 투쟁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글을 읽으려는 '나아가는 역사'와 이를 금기시하는 '막아서는 역사'다. 유럽뿐만 아니라 조선에서도 여성의 독서를 금기시하며 억압했고,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읽을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투쟁해야 했다.
여성들의 독서를 진보시켰던 것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기도에 쓰이는 책인 '시도서'였고 다른 하나는 19세기 영미권에서 생긴 여성 북클럽이다. 시도서는 홀로 책을 읽게 해 여성의 문해력 향상을 도왔고, 여성 북클럽은 사회적 의제를 제안하는 시민운동의 기반으로 성장했다.
여성 독자들이 증가하자 자연스럽게 여성 저자도 늘어났다. 인기 서적 속 여성 주인공들도 쏟아져 나왔다. '제인 에어'나 '작은 아씨들', '키다리 아저씨'는 모두 책 읽는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책이다. 읽는 사람들이 쓰는 사람을 만들어낸 것이다.
저자는 여러 읽을거리와 서사들을 통해 여성이 '독서의 전면'에 나서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과거를 다뤘지만 책의 세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는 예측서로도 볼 수 있다.
◇읽는 여성의 역사, 어크로스, 1만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