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천주교계 최대 행사를 앞두고 '5번째 한국인 추기경'이 나온다는 기대가 커진다. 교황청·천주교계 안팎에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잇따르며 유력 후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14일 종교계에 따르면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맞아 바티칸 교황청은 국내 천주교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천주교 신자 100만명이 한 곳에 몰리는 초대형 행사인 만큼 레오 14세 교황이 준비를 진두지휘한다. 천주교계 관계자는 "비가톨릭 국가, 그것도 아시아에서 청년대회가 열리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교황청의 관심이 각별한 것도 이러한 상징성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여느 때보다 바티칸과 한국 천주교의 연결이 두터워지면서 언급된 것이 한국인 추기경 서임이다. 추기경 서임은 교황의 고유 권한으로,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해 5월 콘클라베(교황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후 한 명의 추기경도 임명한 적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교황을 직접 만나 "한국인 추기경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으며, 교황도 이에 "새로 추기경을 임명하게 된다면 각별히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을 맡고 있는 유흥식 추기경도 최근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아주 정확한 때에 잘 말씀하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년 큰 행사가 있고, 로마와 한국이 떨어져 있는 만큼 (한국인 추기경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도 5번째 한국인 추기경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교황청은 북한도 천주교 포교의 대상으로 보는데,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단 한 명도 천주교 사제나 신도가 없다. 대신 명목상으로 평양 교구를 두고 서울대교구가 대신 관리한다. 교황청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북한의 천주교 개방을 위해서는 한국인 추기경이 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북한이 워낙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제까지 방북한 교황은 한 사람도 없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방한했으나 완충지대인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한 적도 없다. 레오14세 교황은 미국인으로 북미관계와 북한의 생태 등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추기경이 한 사람도 없는 만큼 새 추기경이 레오14세 교황을 보좌해 바티칸-북한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
역대 한국인 추기경은 선종한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과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 유흥식 추기경까지 4명이다. 유력한 차기 후보로는 현재 서울대교구장을 맡고 있는 정순택 대주교가 첫 손에 꼽힌다.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과 평양교구장 서리(직무대행)를 맡고 있어 교황청의 기대에 적합하다. 대구대교구, 광주대교구 등 지역을 대표하는 교구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천주교계는 이르면 올해 안에 바티칸에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천주교계 관계자는 "추기경은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교황 다음의 직위이자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최고의 영예"라며 "(새 추기경 선임은) 우리나라 천주교가 전 세계 교회를 위해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기쁜 소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