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A팝' 띄우더니...'BTS 홀대' 그래미, 속 보이는 노림수?

오진영 기자
2026.08.18 05:00

[이주의 FLOW]

[편집자주]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문화·예술 관람률은 10명 중 6명인 60.2%. 하지만 넘쳐나는 공연과 전시, 정책에는 자칫 압도돼 흥미를 잃기 십상입니다. 예술에서 '플로우'(Flow)는 몰입을 뜻합니다. 머니투데이가 당신의 문화·예술·스포츠 'FLOW'를 위해 이번 주의 이슈를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BTS(방탄소년단)이 지난 1일 미국 뉴욕 인근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월드 투어 아리랑 인 노스 아메리카 무대를 펼치고 있다. / 사진 = (AFP=뉴스1)

"BTS를 향한 인종차별이라보다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는 노림수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17일 한 대중음악 제작자는 '아시안 팝' 부문 신설로 비판받는 그래미 어워드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콧대 높은 서구권 음악계의 차별보다는 흥행 부진에 시달리는 그래미가 던진 '반전 카드' 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제작자는 "차별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나 일본 음악가들의 수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중국 등 시장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중음악계가 그래미가 내세운 '아시안 팝'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제작자의 시각과 비슷하다. '아시안 팝'은 자체 시장이 탄탄하고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아티스트들이 많은 한국이나 일본 등 국가가 쓰는 용어는 아니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인구가 많고 시장은 크지만, 상대적으로 유명 아티스트가 적은 국가에서 '아시안 팝'을 내세울 때가 많다.

중국에서는 '아시안 팝'이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최근 몇년간 'K팝'이나 'J팝' 대신 'A팝'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팬들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자신을 'A팝 아티스트'로 부르는 아티스트나 정식 범주로 분류하는 음원 사이트들까지 생겼다. 음악계 관계자는 "A팝이라는 단어는 한국이 문화를 훔쳐간다고 믿는 중국의 반발로 시작됐지만, 아시아 시장을 주도하려는 의미도 숨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 김다나 디자인기자

그래미의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이 단순한 차별이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관심이 없는 나라의 팬들을 그래미로 끌어들이려면 수상 가능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조수미·황병준·이재, 일본은 사카모토 류이치·기타로 등 아티스트가 성과를 냈지만, 중국은 2024년에서야 유자 왕이 최초로 클래식 부문에서 수상자가 됐다.

그래미가 최근 흥행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그래미 어워즈 시청자 수는 1540만명으로 전년 대비 9% 줄어들었다. 비욘세, 사브리나 카펜터, 브루노 마스 등 인기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했는데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보수적인 수상자 선정, 시청 방식의 변화 등 요인으로 젊은 팬들도 대거 이탈했다.

이 와중 막강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BTS나 블랙핑크 등 K팝 아티스트들에 힘입어 주목도가 오르자 더 많은 아시아 팬들을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생겨났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잠재력이 큰 국가에 대한 그래미의 관심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에 최초로 그래미 박물관 분관을 건립하거나 베이징에서 '그래미 페스티벌'을 여는 등 사례가 근거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사진 = 게티이미지

다만 BTS의 보이콧 이후 팬들도 잇따라 등을 돌리면서 'A팝'을 앞세운 아시아 공략 시도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아시아 아티스트들도 팬덤이나 이미지 등의 요인으로 그래미 출품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미는 한국·일본 외에도 중국 등 다른 아시아의 주요 대중음악계와 'A팝' 재개편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테일러 스위프트나 아리아나 그란데 등 미국 유명 아티스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아시아 아티스트는 사실상 K팝 아티스트밖에 없다"며 "경쟁력이 약한 아시아 아티스트들에게 상을 줘 아시아 시장을 끌어들이려다 역풍을 맞은 셈"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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