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가장 정신병이 흔한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우울증 환자만 138만여명에 이르며 수면장애는 128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자신의 정신 병력을 알리는 사람들은 매우 적다. 개인의 문제로 인해 직장생활, 대인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신과 의사인 조애나 치크의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은 정신건강의 원인을 개인에서 찾는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사회가 불평등과 폭력으로 망가져 있는데 개인이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책의 주제는 정신건강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사회 집단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은 공동체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공동체가 어그러지면 개인의 정신 역시 문제가 생긴다. 정신병은 생존을 돕는 경고 신호일 뿐, 내가 잘못되었다는 증거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내가 힘들거나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시스템의 문제가 낳은 스트레스가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맞서 싸울 수 있다. 증상을 가라앉히려면 먼저 몸에서 울리는 경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회 문제에서 정신병의 원인을 찾고 있지만, 정신건강을 지키는 법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단계를 나눠 어떻게 내 상태를 진단하고,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지켜나가는 법을 정밀히 서술했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정제된 위안을 제공하기도 한다.
개인이 아닌 사회에서 정신 질환의 원인을 찾고자 한 시도는 흥미롭지만, 개개인의 다른 점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대목은 아쉽다. 정신 건강에 개인의 경험과 특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적 사실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듯하다.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깔고 있어 무정부주의적이거나 일견 해체주의적인 태도도 거부감을 준다. 사회에 갈등과 차별이 만연해 있어 모두가 정신 질환자라는 저자의 주관은 정신 질환과 관계가 없는 이들을 또다른 부적응자로 만든다.
저자는 캐나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로,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의과대학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LA타임스, 토론토 스타, 내셔널 포스트 등 다양한 언론을 통해 사회의 정신 건강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 심심, 2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