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희씨(30)는 지난 20일 오전 경기 수원에서 서울 영등포를 찾았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극장에서 보기 위해서였다.
문씨는 "어린 시절부터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정말 좋아했다"며 "당시엔 극장에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 극장에서 보고 싶어 서울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른 시간에도 극장 안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문씨는 "다른 관객들도 나처럼 어린 시절의 추억과 감성에 젖은 것 같았다"며 "영화를 보는 내내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최근 극장가에 '노스탤지어' 바람이 불고 있다. 어린 시절 TV와 극장 등에서 애니메이션을 접했던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하면서 당시 즐겨 보던 작품들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16일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재개봉한 데 이어 같은 날 '디지몬 어드벤처 : 운명적 만남 & 우리들의 워 게임!'도 관객을 만났다. 이보다 앞선 지난 9일에는 '이누야샤 극장판: 시대를 초월한 마음'이 재개봉했다.
지난 21일 기준 '이누야샤 극장판'은 누적 관객 수 2만5000여명을 기록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2만여명, '디지몬 극장판'은 1만4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들이지만 관객들은 극장을 찾아 추억 속 작품을 다시 만나고 있다.
강모씨(27) 역시 OTT로 작품을 볼 수 있지만 극장을 찾았다. 강씨가 꼽은 이유는 '몰입감'이었다.
강씨는 "어린 시절엔 영화를 보려면 무조건 극장에 가야 했다. 추억의 작품인 만큼 그 시절 감성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며 "같은 작품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극장에 함께 있는 것도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라 가능하면 극장에서 작품을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에는 하지 못했던 소비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극장을 찾는 이유다.
강씨는 "어린 시절엔 용돈이 한정적이라 못 샀던 굿즈(기획상품)도 이제는 편하게 살 수 있다"며 "극장에서 주는 특전도 한정적이고 특별해서 극장에 오고 싶었다"고 했다.
극장가도 단순히 과거 작품을 다시 상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개봉 자체를 하나의 행사로 만들고 있다. 영화 상영에 굿즈와 특별 행사를 결합해 과거 작품을 좋아했던 관객들이 극장을 다시 찾도록 하는 방식이다.
CGV는 재개봉 작품에 맞춰 특전 포스터 등 다양한 굿즈를 마련하고 있다. '이누야샤 극장판' 재개봉을 위해서는 '덕력고사 상영회'도 준비했다. 수능 시험지를 본뜬 문제지를 제공해 작품 속 캐릭터와 설정 등을 되짚어보며 팬들이 자신의 '덕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 시절에는 쉽게 살 수 없었던 굿즈를 구매하거나 특별 상영에 참여하는 등 성인이 된 관객들은 과거의 추억을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
극장 입장에서도 이미 인지도와 팬층이 형성된 작품에 굿즈와 특별 상영 등을 결합하면 새로운 관람 수요를 끌어낼 수 있다. OTT로 언제든 작품을 볼 수 있는 시대에 극장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셈이다.
한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해당 작품을 봤던 관객들이 성인이 되면서 추억을 다시 소비하려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며 "단순 재개봉이 아닌 특별 상영이나 굿즈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기회를 만드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