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개편' 숙제 남긴 채… 결국 물러나는 유홍준

오진영 기자
2026.10.22 03:00

'소장품 셀프 출품' 논란에 발목… 1년3개월만에 사퇴
입장 유료화·제2상설전시관·부관장제 등 동력 상실
외국인 관람객 확대·수장고 전시율 개선도 차질 우려

경복궁 입장료도 내가 바꿨다 국중박에 메스 들이댄 유홍준, 추진해온 과제는/그래픽=김다나

국립중앙박물관의 개편을 이끌던 유홍준 관장이 21일 사퇴하면서 박물관계 안팎의 우려가 심화한다. 명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던 유 관장의 부재가 자칫 동력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관장은 이날 중앙박물관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지 1년3개월 만이다. 그는 "국민이 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신뢰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제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실추된 명예를 세우기 위해서는 제가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직안을 재가했다.

지난 7월 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일반시국은'(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이라는 서예작품을 출품하며 유 관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유 관장과 중앙박물관은 이 작품을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했으나 실제로는 친일 인사 박중양의 작품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소장한 유묵(고인의 글씨)이라는 사실도 숨겼다.

유 관장의 사퇴로 중앙박물관이 추진하던 여러 개편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대표적인 것이 입장료의 유료화다. 중앙박물관은 무료로 운영되던 입장료를 5000~1만원선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과거 문화재청(국가유산청 전신) 청장 시절 경복궁 입장료의 유료화(무료→3000원)를 이끈 유 관장이 키를 잡고 강력하게 추진하던 역점사업이다. 인프라 개선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앙박물관은 지난해 650만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찾으며 '세계 3위' 수준의 인기 박물관이 됐지만 주차장이나 카페, 식당, 굿즈(기념품) 가게 등의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주말에는 주차장 평균 대기시간만 1~2시간에 이를 정도다.

박물관계는 제2상설전시관 건립, 부관장제 도입 등도 유 관장이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추진이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한 지역박물관장은 "유홍준 관장이 입을 열면 확실히 주목도가 다르다"며 "(논란과는) 별개로 박물관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차기 관장에게는 더 많은 숙제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 관장이 해온 일 이외에 한 자릿수 대에 그친 외국인 관람객의 비중확대, 20~30%에 불과한 수장고 속 작품 전시율 개선 등 지적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한 박물관계 인사는 "중앙박물관 같은 전시시설은 국민적 관심이 있어야 예산확보, 시설확충 등 과제를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다"며 "박물관 업무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목소리를 내줄 관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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