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백신이면 된다더니…" 말 바꾸는 농식품부

세종=이동우 기자
2015.02.05 16:35

'3가 백신' 도입에도 불구…농가 백신정책 불신 여전

/ 사진=머니투데이DB

두 달 넘게 지속되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새로운 백신이 긴급 도입된다. 하지만 기존 백신의 성능을 주장하며 미접종 농가 처벌을 강조하던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조치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 방역협의회를 열고 신형 백신 완제품을 5일부터 긴급 도입해 돼지 사육농가에 우선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에서 최초 발생한 구제역이 두 달이 넘도록 계속됨에 따라 추가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에서다. 정부가 기존에 사용하던 'O1-Manisa' 고역가 백신 이외의 새로운 백신을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농식품부가 도입하는 '3가 백신'은 기존 접종해오던 백신에 들어 있는 'O1-Manisa' 외에 'O 3039' 등 기존 백신보다 더 다양한 균주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백신 도입이 변종 구제역 예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 방역주체인 농식품부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앞서 꾸준히 백신의 효능에 대한 의심이 제기됨에도 불구, 무조건적인 믿음만을 강요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2011년 최악의 구제역 파동이후, 기존의 일괄 살처분 방식에서 예방백신 접종 방식으로 전환했다. 당시 영국에서 두 개종의 백신을 들여왔지만, 이후 2012년 실시된 정부조사결과에서 한 개 백신은 효과가 없는 '물 백신'으로 밝혀져 불신을 야기한 바 있다. 최근에는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에서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백신으로는 구제역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됐다.

백신 접종 여부를 바탕으로 농가의 살처분 보상금 등 처벌을 강화하기로 한 조치도 많은 농가의 반발을 샀다. 현재 농식품부는 Asia1형 항체형성률을 기준 소 80%, 어미돼지 60%, 비육돼지 30% 미만일 경우 농가에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두 달간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대부분의 농장주들은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구제역 백신관련 좌담회에서는 백신 정책에 대한 농가의 불만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돈협회 측 이승윤 한별팜텍 대표는 "검역본부에서는 백신 접종만 하면 다 막을 수 있다고 한다"면서 "백신접종 후 2∼3주가 지나면 발생건수가 줄어야 하는데도 계속 발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규 한돈협회 회장 역시 "구제역 확산을 농가 잘못으로 몰아가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백신에 대한 입장을 선회한 만큼 다른 정책들 역시 체계적인 분석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백신 효능에 대한 맹목적인 과신이 구제역을 확산시킨 가장 큰 원인"이라며 "백신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정책보다 농가관리부터 방역까지 모든 부분을 철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