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진화한 '아베 리더십'… "메시지는 명확하게"

도쿄(일본)= 정진우 기자
2015.06.18 06:40

['잃어버린 20년' 일본, 부활의 현장을 가다]<1>-④'日국민, 좌고우면'않는 리더를 원했다

[편집자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말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통화정책(양적완화)과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세 가지 화살’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는 초기엔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이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한 신사업 창출 등 성장 동력만 확충되면 일본 경제는 완전히 살아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니투데이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일본의 경제·정치·산업현장을 직접 취재, 출범 시기가 비슷한 박근혜 정부와 아베 내각의 명암과 성패를 비교·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20년전 일본이 겪은 문제점에 대한 현재적 접근과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대한민국의 '길'을 고민해본다.

“나는 지난 20년 동안 일본을 지켜보면서 가장 흥분되는 경험을 했다. 아베 총리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그의 정책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감성과 흥분이 녹아 있다.”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경제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롭 위스코트(Rob Wescott) IMF(국제통화기금) 부국장이 아베노믹스 1년을 평가한 말이다. 지난 2013년 10월 영국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위스코트 부국장은 “과감한 금융정책과 기민한 재정정책, 구조개혁을 수반한 성장전략 등 세 개의 화살로 이뤄진 아베노믹스의 바탕엔 아베의 강한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고 호평했다.

과할 정도의 평가는 지금도 유효할까. 일본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는 비슷하다. 20년동안 성장이 멈춘 나라, 컴컴한 터널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제대국 일본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성장은 없을 것 같았던 일본이 아베노믹스 실행 이후 회생 기미를 보인 데 따른 반응이다.

‘아베노믹스’의 토대는 아베의 리더십이다. 아베노믹스가 등장한 2012년말, 일본은 절박했다. 일본 국민들은 지진과 원자력발전 사고 등 국가 재난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끼며 강한 리더십을 원했다. 야마다 히사시 일본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국민들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길 원했고 원전 사고와 같은 국가적 재난 앞에서 그동안과 다른 대담한 정책을 펼쳐주기를 희망하면서 아베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노믹스는 국민들이 지난 2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리더십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베의 리더십은 간단, 명료하다. 국민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비전과 희망을 안겼다. 일단 확정된 플랜(세 개의 화살 등)에 대해선 좌우나 뒤를 돌아보지 않고 흔들림없이 밀어붙였다. 국민들은 아베의 추진력과 일관성을 강한 리더십으로 받아들였다.

아베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선언이다. 역대 정권에서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소극적 입장을 표명했던 TPP에 대해 "국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 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남다른 노선을 보였다.

장상수 일본 아시아대학교 특임교수는 "아베 총리의 리더십은 힘을 몰아서 가속화시켜가는 지세(志勢)의 리더십"이라고 평했다. "일단 마음을 굳혔으면 이를 밀어붙여 힘을 가속화한다"는 얘기다.

사실 아베의 리더십은 실패에서 진화했다. 아베는 8년전 한 번 실패의 쓴 맛을 봤다. 2006년 9월 71%의 높은 지지율 하에 90대 수상에 취임했지만 1년만인 2007년 9월 27%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도망치듯 사임했다. 아베는 5년동안 와신상담(臥薪嘗膽) 했다. 그렇게해서 나온 게 세 개의 화살이다. 제2차 아베 내각은 정책 우선순위 설정의 가치와 개혁성, 정권관리 방식 등 3가지 차원에서 제1차 아베 내각과 차별성을 나타낸다. 제1차 아베 내각에선 '전후체제로부터 탈피'를 위한 헌법개정과 같은 이념을 앞세웠다. 반면 제2차 내각에선 '디플레 탈피' 등 민생 현실을 우선시했다.

아베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난 5년간 과거엔 관심이 적었던 금융과 재정정책을 공부했다. 특히 '경제회복을 막는 주범은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이란 판단을 했다. 그러면서 '구조개혁' 아젠다를 명확히 제시했다. 디플레이션 탈피와 일본경제 재생, 재정건전화의 양립 등 분명한 개혁적 정책 메시지를 제시함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받은 것이다. 1차 아베 내각에서 퇴색된 구조개혁을 2차 내각에선 핵심 정책으로 추진한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정치적 안정과 국민적 지지를 토대로 탄력 받았다. 아베는 디플레 탈출 신호가 명확해질 때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계획이다.

아베의 리더십이 우리나라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이 저성장 위기를 방치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근 “자칫하다가는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으로 전락할 가능성 있다”고 말한 것도 위기감의 표현이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아베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성장전략에 대한 법적·제도적 추진쳬계를 확립했다"며 "우리 정부 역시 성장전략을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이 규제개혁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적은 분야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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