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여년만에 수출 전략 대수술에 나선다. 수출기업을 무작정 지원하지 않고 수출 산업별 경쟁력을 따져 교역규모가 늘어날 분야를 선별, 차등 지원하는 방식이다. 업종별 수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또 무역금융 활성화를 비롯해 기업들의 수출 애로사항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중동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개척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25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다음달 말이나 12월 초에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수출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머니투데이 10월23일자 1면 보도참조: 물건너간 '무역1조弗', 성장률 떨어뜨린 주범 '수출'
수출과 관련된 부처들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데, 무역의 날(12월5일) 전후로 정해질 전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수출활성화 정책들을 마련해 불확실한 내년 대외 교역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계획이다"며 "연말에 각 부처별 일정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무역의 날 행사와 함께 할지 아니면 그 전후에 할지 등 회의 개최 시기는 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 무역투자진흥회의가 될 이번 회의에선, 올해 계속 쪼그라든 수출 실적을 내년부터 반등시키기 위한 대책들이 다뤄진다.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무역규모는 7770억 달러(수출 4217억 달러, 수입 3553억 달러)로, 10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연말까지 무역 1조 달러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올해 무역 규모가 1조 달러에 미치지 못하면, '무역 1조 달러 돌파'도 4년 연속(2011년 1조796억 달러, 2012년 1조2000억 달러, 2013년 1조715억 달러, 2014년 1조981억 달러 등)에서 그치게 된다.
정부는 우선 업종별 수출경쟁력에 따라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50여년만에 수출지원책의 새 판을 짤 계획이다. 1964년 수출1억 달러 돌파 이후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위주로 지원하던 틀을 깨고 수출이 더 늘어날 업종을 핵심 지원분야로 정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현재 전자, 자동차, 선박, 섬유 등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해온 업종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 대한 경쟁력(성장가능성, 수출효과, 시장규모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성장잠재력이 크거나 우리의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업종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예산 등 통 큰 지원을 하겠다는거다. 이는 현재 기재부와 금융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한계기업 등) 작업과 궤를 같이 한다. 경쟁력 없는 업종은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성장가능성이 큰 업종을 지원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제공하는 무역보험(수출입 계약시 정부에서 보증하는 보험)의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무보는 올해 총 43조5000억원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무역보험을 지원했는데, 규모와 대상 등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책은 다음달 관련 기관 회의를 통해 확정된다.
이밖에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수출시장 외에 신흥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는다. 중남미와 중동, 동남아 등 아직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미미한 곳을 중심으로 수출 촉진책을 마련하는 게 골자다. 이를테면 쿠바와 이란 등 제재 완화 국가에 대한 전략을 수립, 성장세가 큰 시장에서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수출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건 올해 내내 수출이 줄어서다. 물론 저유가 등 대외변수 탓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지상 과제인 정부로선 수출회복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 올해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경제성장률도 떨어졌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사석을 가리지 않고 "올해 수출이 1%대 성장만 했어도, 우리나라 성장률 목표가 3%대가 아닌 4%대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정책의 힘으로 3분기 성장률이 6분기만에 1%대를 넘은 것에 주목한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 각종 소비진작책 덕분에 0%대 성장을 벗어났는데, 이제 수출이 뒤를 받쳐줘야한다는 생각이다. 4분기에도 코리아블랙프아리데이 등 소비 정책 덕분에 긍정적인 성장률이 예상되는데, 당장 내년부턴 수출이 성장을 이끄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수출이다"며 "수출이 살아나지 않으면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활성화를 위해 민관합동 회의도 하고, 여러분야에서 아이디어도 모으고 있다"며 "수출 확대에 필요한 정책들을 더 꼼꼼하게 논의하고 다듬어 발표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