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를 우려해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기상청과 각종 일기예보에서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 자제는 물론 외출시 마스크를 꼭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지난 3월 미세먼지(PM10) 농도가 '나쁨(81~150㎍/㎥)' 수준을 기록한 날이 7일이나 돼 5년 새 최악인 것으로 평가됐다.
4월 들어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3월 평균 64.0㎍/㎥보다 더 나쁜 71.0㎍/㎥을 기록했다. 특히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던 4월 23일에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일평균 198㎍/㎥까지 올라가 서울 전역이 뿌옇게 보였다.
그런데 이런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이 중국발 황사가 아닌 국내 디젤차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기 질에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는 대외요인이 약 30~5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국내에 있는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 교통연구소가 올 1월부터 국내 판매 디젤차 16종을 대상으로 고속도로, 도심 등을 달리는 실도로 조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14종이 현행 허용기준(0.08g/㎞)을 초과했다. 이 질소산화물이 바로 다른 오염물질과 결합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과거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던 버스가 대부분 천연가스 연료로 바뀌면서 대도시의 공기는 눈에 띄게 개선됐었다. 그런데 2005년 정부가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크게 줄었다는 판단하에 디젤 승용차의 국내 도입을 전면 허용하면서 디젤차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때맞춰 레저 및 캠핑 문화 확산으로 SUV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유럽에서 수입되는 독일차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디젤차 붐이 일어났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디젤 차량은 2005년 565만대(전체 차량의 36.6%)에서 2015년 862만대(41%)로 297만대가 늘었다. 특히 지난해 신규로 등록된 승용차(153만2054대) 중 디젤차가 68만4383대로 휘발유차(68만1462대) 대수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는 소비자가 새로 구매하는 차 중에 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많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국내 디젤 차량이 급증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낮은 디젤 가격 때문이다. 하지만 디젤 가격은 본래 휘발유보다 비싼 연료이다. 2010~2015년 기간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디젤 가격(0.05%기준)은 배럴당 평균 107.5달러로 휘발유(옥탄가 92기준)의 102.4달러보다 비싸게 거래됐다. 그래서 보통 외국에 나가보면 디젤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선 디젤이 휘발유보다 싼데, 그 이유는 바로 세금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자동차용 디젤의 세전가격은 리터당 529원으로 휘발유(516원)보다 비싸다. 그러나 교통세·주행세·부가세 등을 합한 세후가격은 휘발유가 리터당 872원으로 디젤의 634원보다 비싸다.
이렇게 휘발유에 비해 연료값이 싸고 더불어 출력과 연비까지 높으니 운전자들이 디젤차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클린 디젤' 표방한 유럽산 디젤차가 대거 수입되면서 디젤차는 친환경차로 인식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큰 파문을 불러온 폴크스바겐·아우디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클린 디젤'을 표방한 디젤차들이 실제론 상당한 대기오염 물질을 뿜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혹자는 디젤차에 대한 강화된 규제인 유로6가 적용되고 있고,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달면 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최근 폴크스바겐 사태에서도 나타났듯이 실제 주행에서는 유로6 기준이 무의미하다. 게다가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연비와 출력이 크게 떨어지는 탓에 운전자들이 장착을 꺼린다.
또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디젤차가 아무리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 즉 유로6 기준에 맞추는 것만으로는 디젤 차량의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디젤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최근 디젤차의 오염물질 배출 위험이 부각되면서 신규 등록 차량 가운데 디젤차 비중이 4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연내에 유로6 기준을 초과하는 차량에 대해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하기로 했고,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도 2020년까지 디젤 차량을 완전히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네덜란드에서는 디젤을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판매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폴크스바겐 사태가 언제 있었냐는 듯 디젤 차량에 대한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신규 등록 국산차 중에서도 디젤차의 비중은 이미 절반을 훌쩍 넘고 있으며, 최근 소비 불황 속에서도 SUV 디젤차량 구매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미세먼지는 더욱 늘어만 가고 국민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미세먼지와 다량의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디젤차의 증가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디젤차 증가를 억제하려면 무엇보다 디젤에 붙는 세금을 휘발유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 이는 디젤차를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휘발유에 비해 싼 연료비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세도 인상하는 마당에 도심의 대기환경을 위협하는 디젤세를 인상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 아닌가?
다만 갑작스런 디젤세 인상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영세사업자들이나 운수업 종사자들에 한해 유류보조금이나 바우처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할 필요는 있다. 아울러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나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대한 강력한 단속은 물론 매연 발생 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는 규제도 동반돼야 한다.
당장 디젤세를 올린다고 하면 디젤차량 운전자들의 반발이 거셀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둘러 디젤차의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언젠가 국민 모두가 365일 내내 마스크를 써야할 날이 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