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가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주더라도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같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을 25일 시행했다. 지난 2016년 만든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을 예규 형태로 제정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계열사는 특수관계인(총수와 그 친족),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 이상(상장 30%, 비상장 20%) 보유한 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선 안 된다. 구체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기회 제공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 거래 등으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가 금지됐다.
이런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작년 일본 수출규제,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줄 때에는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지금도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사유가 인정되면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데, 이번 심사지침에서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예컨대 긴급성이 인정되려면 “경기급변, 금융위기, 천재지변, 해킹 또는 컴퓨터바이러스로 인한 전산시스템 장애 등 회사 외적 요인으로 인한 긴급한 사업상 필요에 따른 불가피한 거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긴급성 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사후적으로 판단할 문제지만 코로나19 사태 등도 당연히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일본 수출규제와 같은 이유로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줘도 예외로 인정 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심사지침에서 “외국 정부가 한국에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해 정상적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경우”를 ‘긴급성이 요구되는 사례’로 예시했다.
다만 효율성·보안성·긴급성 사유를 종전보다 깐깐하게 정의했다. 대기업이 적용 제외 사유를 악용해 시스템통합(SI) 부문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보안성’은 “보안장치를 사전에 마련해 정보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지, 시장에서 독립된 외부업체와의 거래 사례가 있는지 등을 종합 고려”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익제공행위가 제공 주체와 제공 객체 간 직접거래 뿐 아니라 간접거래를 통해서도 가능함을 명시했다. 제3자를 매개로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줘도 처벌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재계는 용역거래 등은 전문성 때문에 제3자를 통한 거래가 많아 이런 규제는 과도하다고 주장해왔다. 상위법인 공정거래법에 근거가 없음에도 하위 지침으로 간접거래를 규제하는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류용래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그동안에도 실질적으로 지원 객체에 이익을 귀속시키는 간접거래를 부당한 지원행위로 규제해왔다”며 “법원도 간접거래 형식 부당지원행위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정위는 이익 제공 객체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산정할 때 직접 지분만 포함하되, 차명·우회 보유도 직접 지분으로 간주됨을 명시했다. 공정거래법상 주식의 취득·소유는 명의와 관계없이 실질적 소유 관계를 기준으로 하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