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한진 파산 후 주저앉은 '선박펀드' 다시 띄운다

세종=김훈남 기자
2020.03.05 06:00

정부가 한진해운 파산 사태 이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선박투자펀드(선박펀드) 되살리기에 나선다. 선박펀드 중심 민산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 시중에 돌고 있는 자금을 해운업계로 끌어들인다는 중장기적 구상이다.

선박펀드는 투자금으로 선박을 산 뒤 해운사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방식의 상품이다. 한때 10% 가까운 수익률에 소득 비과세 혜택을 타고 자금이 몰렸으나,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해운 업황이 꺾이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선박펀드를 되살리기 위해 세제지원 등 유인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의 그림이다. 이를 통해 시중 자금을 해운업계로 끌어들여 현재 진행 중인 해운재건 및 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

2021~2025년 선박펀드 활성화…민간자금 모으고 새 먹거리 찾는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최근 '제5차 해운산업 장기발전계획(2021~2025)'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 향후 5년간 해운산업 중장기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해운법 제37조가 규정한 장기발전계획 수립 의무에 따른 작업이다.

4차 계획과 비교하면 5차 계획에는 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중점 추진과제로 해운 금융분야 민간 생태계 조성방안이 포함된 게 특징이다. 선박펀드를 통해 민간 자금을 해운산업에 끌어들일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해수부는 현재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한 선박 매입 후 재임대(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해운업계를 지원하고 있을 뿐 그 외 민간 자금을 통한 선박 건조·구매는 전무한 상태다. 민간자금이 해운업계로 흐르고 해운업계는 투자업계에 수익을 되돌려주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선박펀드 카드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장된 선박펀드를 되살리기 위한 세제지원 등을 중장기계획에 포함할 예정"이라며 "선박금융을 통해 시중 자금을 해운산업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해수부는 5차 해운산업 발전 계획에 △해운기업간 자율적 통합 등 구조혁신방안 △벌크화물 글로벌 장기운송계약 시장참여 방안 등을 담을 예정이다.

지난해 중소 해운사 합병을 이끌어낸 것처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 스스로 M&A(인수합병) 등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이끌어 내고, 컨테이너선 중심의 먹거리에 벌크선 화물 장기계약 등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목표다.

개미잡는 폭탄 전락한 선박펀드, 정부 활성화 방안에 되살아 날까

2002년 선박투자회사 도입으로 시장에 나온 선박펀드는 투자금으로 배를 사 해운사에 빌려준 뒤 용선료(임대료)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매 분기 배당형태로 수익을 분배받아 수익을 낸다. 펀드를 증시에 상장시켜 5년까지 투자금이 묶이는 유동성 문제도 보완했다.

장기계약에 따른 용선료를 확정이자처럼 받을 수 있고, 한때 10~20%에 달하는 수익률을 내 투자자 사이에선 주식형 펀드를 대체할 대안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여기에 3억원 이하 배당 소득에 대해서 분리과세 혜택도 있어 투자금이 몰렸다.

출시 후 10년동안 8조원 넘는 선박금융을 끌어모았던 선박펀드는 해운업계 불황과 함께 내리막을 걸었다. 이후 정부의 과세체계 개편으로 분리과세 혜택도 2015년말 이후 일몰됐다.

여기에 2017년 한진해운 파산 해운업계가 침체기를 걸으며 선박펀드도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한때 50여개에 달했던 코스피 상장 선박펀드도 현재 5개밖에 남지 않았다. 일부 선박펀드는 자진 상장폐지 혹은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투기 수요가 몰려 개미 투자자를 잡는 '폭탄돌리기' 소재로 전락하기도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민간 기반에서 조성한 해운산업 투자금이 거의 전무하다"며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세제지원을 포함한 유인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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