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이 완성한 '김상조표' 공정거래법…대기업 영향은

세종=유선일 기자
2020.12.09 15:53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9. photo@newsis.com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면서 대기업 경영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회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철회하면서 검찰·공정거래위원회의 이중조사 우려는 덜었지만, 사익편취·지주회사·공익법인 규제가 대폭 강화돼 전반적으로 경영활동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가 시작해 조성욱이 완성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2020.12.01. since1999@newsis.com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공포 1년 후 시행된다. 여야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걸리지 않은 법안은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사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작품이다. 김 실장은 공정위원장으로 재직했던 2018년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내용을 그대로(기존 통과된 절차법 부분 제외) 담아 지난 8월 말 21대 국회에 재발의했고, 약 4개월 만에 통과가 가시화된 것이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전반을 바꾸는 것은 1980년 제정 이후 첫 사례다. 지난 40년 동안 크고 작은 부분 개정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법 전반을 뜯어 고치는 경우는 없었다.

공정위 감시, 넓고 날카로워진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2.03. kmx1105@newsis.com

개정안 핵심은 한 마디로 ‘대기업 규제 강화’다. 공정위는 대기업 총수일가가 부당하게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개정안에 담았다. 이를 두고 경제계는 ‘기업 옥죄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가 지분을 30% 이상(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규정한다. 개정안에는 지분율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의 자회사(50% 초과 지분 보유시)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대기업이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로 맞춰 규제를 피하는 등 ‘사각지대’가 생겨 이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이 경우 사익편취 규제 대상 대기업 계열사는 현재 210개에서 598개로 3배 가까이 늘어난다.

지주회사가 의무 보유해야 하는 자·손자회사 지분율을 높인다. 총수일가가 지주회사를 이용해 적은 자본으로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현재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비상장사는 40% 이상) 보유해야 하고, 자회사 역시 같은 비율로 손자회사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지분율 기준을 각각 30%, 50%로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규정은 새롭게 설립·전환되는 지주회사에만 적용한다.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세금 혜택을 받는 공익법인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은 자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100% 보유 시에는 허용), 일정 규모 이상 내부거래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밖에 △대기업으로 새롭게 지정된 그룹이 과거부터 갖고 있던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고 △한국 계열사에 출자한 해외 계열사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CVC 허용...전속고발권 유지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가운데 동료 의원들이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내걸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9. photo@newsis.com

개정안에 대기업에 불리한 내용만 담긴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데, 공정위는 벤처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이런 규제를 풀기로 했다.

대기업 지정 자산총액 기준을 현행 ‘10조원 이상’(상호출자제한집단 기준)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으로 바꾸는 것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위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대기업 기준을 정할 때 국가 경제규모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해당 기준은 GDP의 0.5%가 10조원을 초과하는 해의 다음해부터 적용된다.

당초 개정안에 담겼던 ‘전속고발권 폐지’가 제외된 것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개정안에는 입찰·가격 담합과 같은 경성카르텔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폐지,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제외됐다. 업계는 전속고발권 폐지 시 검찰·공정위의 이중 조사, 악의적 고발 남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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