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옛 현대상선)과 덴마크 머스크를 비롯한 국내외 23개 해운사 등의 운임 담합(카르텔) 혐의를 조사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회사들에 대해 최대 7985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법인 고발 등의 제재를 추진한다.
25일 머니투데이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23개 선사(국적 12, 외국적 11) 및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해운협회 산하) 등의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담합 사건에 대해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것으로, 실제 제재 여부와 수위는 재판부 격인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공정위는 HMM, SM, 장금 등 12개 국적 선사에는 4760억∼5599억원, 머스크, 양밍, 완하이, 에버그린 등 11개 외국적 선사에는 2028억∼238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공정위가 추산한 관련 매출액의 8.5∼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공정위가 판단한 법 위반 기간은 2003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약 15년 간이다.
또 공정위는 일부 회사들을 상대로 법인 차원의 고발과 시정명령 조치를 내리자는 의견도 심사보고서에 담았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는 10월 이후로 예정돼 있다. 일각에선 해운사 운임에 한해 담합을 허용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과 관련, 국회 논의 경과를 지켜본 뒤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공정위가 심의 일정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의 여당 간사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운사 운임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공정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같은 여당 소속 의원들이 이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무위 소속 오기형·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이날 '운임담합 봐주기 위한 해운법 개정안 반대합니다' 제하의 자료를 통해 "해운선사들의 불법적·독점적 이익까지 보장하는 것이 해운법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행정부 내에서 위법행위로 심의 중인 특정 사건에 관한 부처간 갈등을 해결하고자 '법률 개정'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경우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합의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전면 배제하자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되면 공정위가 이번 사건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어 "'국회가 특정 기업들의 담합사건 무마를 위해 법률까지 고쳐준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내외 해운사 운임 답합 사건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이번 담합 사건에 당장 소급적용되기는 어렵지만, 입법 추진으로 제재수위를 조절하는 효과는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외국 선사들이 담합을 할 경우에도 국내법으론 제재를 할 수 없다는 맹점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