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평채의 성공적 발행이 가진 의미와 정부의 역할

원용걸 교수(국제금융학회장)
2021.10.26 05:30

정부가 지난달 7일 총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외평채의 성공적 발행은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현저히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신뢰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이번 외평채 발행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사상 최저수준의 가산금리다. 달러화 10년물의 경우 25bp(1bp=0.01%포인트), 유로화 5년물의 경우 13bp로 지난해 9월에 비해 달러화 10년물은 절반, 유로화 5년물은 무려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4월에 발행된 달러화 10년물 외평채의 가산금리가 437bp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사상 최저수준의 가산금리 덕에 최근 해외 지표금리의 급격한 상승에도 유로화 5년물 외평채의 발행금리는 마이너스(-) 0.053%로 지난해에 이어 마이너스다. 오히려 이자를 받고 외환을 빌린 셈이다. 이외에도 올해말 만기 도래하는 외평채 3억7500만유로의 표면금리가 4.25%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일부 차환발행에 따른 이자비용 절감효과도 상당하다.

외평채는 환율안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의 신용으로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된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많은 우리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외면당할 때 정부가 대규모 외평채 발행을 통해 외환시장의 숨통을 틔우고 환율안정에 기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외평채는 외환보유액 확충을 통한 환율안정 기능 외에도 금리의 벤치마크 기능으로 인해 가산금리의 하락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절감해주는 선도적인 역할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실시 우려에 따른 미 국채금리 상승 및 달러화 강세로 인해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달러화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수출·입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의 급격한 상승이나 하락은 모두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난해 3월 증권사 해외 ELS(주가연계증권) 마진콜 사태와 같이 예상치 못한 외환 수요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고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 사상 최고 수준의 외환보유액에도 정부가 외환의 안정적인 수급과 환율의 움직임에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번 외평채의 성공적인 발행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면밀한 준비와 과감한 결정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낸 외환 당국의 노고가 크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에 대비해 외평채 발행을 통한 외환보유액의 안정적 확충 및 위기시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국제금융시장과의 상시 네트워크 유지 등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현재 원화와 국내 외환시장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생각하면 환율 안정을 위한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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