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기엔 화사한 전시관은 여느 박물관, 미술관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바로 옆 건물로 발길을 옮기니 마치 원자력발전소 보안구역에 들어서는 것 같았다. 연구원이 어렵사리 두꺼운 철문을 열었다. 30㎝에 달하는 두께가 긴장감을 줬다. 비밀 서재처럼 꾸며진 공간의 보관대 사이사이 보존액 속에 불가사리, 조개, 조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담겨있었다.
충남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해양생물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다. 단순한 수집에 그치지 않고 배양, 연구를 거쳐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해양바이오산업에 쓰일 소재들을 생산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러한 연구 성과와 해양생물자원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전시사업 역시 자원관의 핵심 업무다.
지난 10일 찾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분위기 속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부 유치원생들이 간격을 벌려 입장하고 있었다. 이곳의 전시관에는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부터 귀상어, 혹등고래 등 희귀생물 표본까지 입체적으로 전시하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조만간 가상·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을 적용한 전시도 추진한다.
전시는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해양 파괴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었다. 2019년 제주 바다에 방류한 지 11일만에 죽어서 돌아온 바다거북의 배에서 나온 수많은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들을 전시한 게 대표적이다.
전시관 한켠에서는 2015년 자원관 출범 이후 새로이 발견된 황해볼락 등 신종 해양생물자원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해양생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유전자원 확보'라는 해양생물자원관 본연의 업무를 알리는 국민과의 접점이었다.
전시관 옆 연구·행정동에 들어서자 '경계구역'을 알리는 무수한 경고문들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외에서 확보한 8000여종의 해양생물을 보관한 수장고에 들어설 때는 두께 30㎝ 가량의 철문을 개방하고 에어 샤워실을 거치면서 온몸의 잡티를 털어낸 뒤에야 입장이 허용됐다. 해양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수장고에는 두족류부터 극피동물(불가사리 등)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이 보존액에 담겨 저장돼 있었다. 국내에 기록된 1만4000여종 중 6000여종이 이곳에 보존돼 있다가 대학교, 연구기관 등에 학술 목적으로 제공된다. 이러한 샘플들은 해양바이오 유용소재 발굴과 분류학 연구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다만 전세계 기록종 23만여종 중에는 2000여종만 갖춘 상태다. 해양생물자원관 관계자는 "해양생물자원 주권강화와 해양바이오산업 생태계 화성화를 위해 외해 및 공해상에 나가 신규 자원을 발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용조사선 건조를 추진해 국가별 해양생물 주권경쟁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동 한 켠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현미경과 씨름하고 있었다. 해양생물자원관의 220여명 직원 중 3분의 1 가량은 박사급 연구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수집한 해양생물자원의 추출물, 유전자원, 미세조류 등을 연구하면서 이 성과를 학계와 산업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연구실마다 김과 같은 조류를 배양하는 수조, 신경전달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제브라피시를 수십마리씩 나눠서 키우는 수조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서 배양한 생물은 민간기업과 대학 등에 무상으로 분양돼 해양바이오산업의 밑거름이 된다.
박정인 해양생물자원관 경영전시본부장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물자원에 대한 연구·전시·교육 융합기관으로서 해양바이오 연구를 강화해 해양강국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며 "해양생물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유용자원을 발굴하고 제공함으로써 태동기 단계인 해양바이오산업 육성의 전초기지로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