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확진 부른 '정치방역'…원치않은 집단면역 간다

안정준 기자
2022.03.22 15:49

[MT리포트][코로나 1000만 시대]①

[편집자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선다. 지난해 이맘때 백신이 도입될 때까지만 해도 감염병 국면이 곧 종식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변이에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 탓도 있지만 방역의 고비마다 반복된 아쉬운 정책 선택으로 확산의 규모를 줄이지 못한 영향이 분명했다. 이제 정점이 어딘지 모른 채 최대한 많이 감염돼 유행이 멈추기를 기다려야 하는 '집단 면역'의 길로 사실상 들어선 상태다. 그 사이 사망자가 급증해 '화장 대란'이 빚어지고 재택치료자들의 감기약 품귀 현상이 나타난다. 원치않은 길로 접어든 '1000만 확진' K-방역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5만3980명 발생한 22일 서울 송파구청에서 직원들이 전광판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93만6540명을 기록해 우리나라 인구의 약 20%인 1000만명에 육박했다.

오는 23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선다. 인구 20%가 감염되기까지 방역 고삐를 조여야 할때 푼 정책이 반복됐다. 유행 규모를 줄여 국민 건강을 최대한 지키는 방역 기본이 매번 흔들렸고 이는 방역이 중심을 잡아야 할 자리에 '정치'가 과도하게 끼어든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인구 20% 이상 감염에 따른 '자연면역'에 백신을 통한 '인공면역'을 더해 '집단면역'이 형성되길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얼마나 더 감염돼야 대유행이 멈출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사망자 급증으로 화장터에서는 대기표를 뽑고 원치 않은 6일장을 치른다. 3년째 접어든 K-방역의 현주소다.

"정치방역이 1000만 확진 키웠다"

2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총 누적 확진자 수는 993만6540명으로 집계됐다. 주간 일평균 신규확진자 수가 40만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23일 누적 확진자수는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국내 첫 확진자 발생 후 약 27개월만이다.

확진자는 지난 두달여 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1주 간격으로 일간 신규확진이 더블링(확진자가 두 배씩 늘어나는 추세)하기 시작한 2월 부터 이달 22일까지 확진된 사람만 873만7134명이다. 전체 누적 확진자의 88%가 이 기간 감염된 셈이다.

지난해 까지 유행을 주도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후 확진자가 급증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전 세계 공통으로 피할 수 없는 방역 상수였지만 정부의 엇박자 방역 정책이 오미크론의 폭발력을 오히려 키워 1000만명 확진을 불러왔다는 것이 의료계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1월 17일부터 이달까지 총 네 차례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했다. '사적모임제한 4인, 영업시간 제한 9시' 였던 거리두기는 네번의 조정을 거치며 현재 '8인·11시'가 됐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방역 정책이었다. 유행의 정점이 어딘지도 모른 상태에서 연이어 나온 방역 완화 정책을 타고 확진자 수는 매주 두배로 불었다.

그 사이 의료계에서는 "도박에 가까운 정책"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정부는 낙관적 확진자 예측치를 제시했고 이는 매번 틀렸다. 이 과정에서 정부 방역 자문기구인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 활동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며 위원직을 전격 사임하기도 했다. 이 교수와 연이 깊은 한 의료인은 "정부를 도와 열심히 했던 그가 그렇게 한거 보면 말 다했다"고 했다.

국민 건강보다 정치를 우위에 둔 정부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방역 완화정책을 결정할 때 마다 내놓은 근거는 '자영업자들의 희생'과 장기간 거리두기에 따른 국민 피로 누적'이었다.

이와 관련, 최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담당하는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된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환자가 더 늘어 병상에서 제대로된 치료를 못 받고 안돌아가셔도 되는 분들이 돌아가실게 불을 보듯 뻔했다"며 "대선을 앞두고 그분들의 목숨을 표와 바꾼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 선택은 올해 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지금까지 여섯차례의 대유행을 겪는 과정에서 고비마다 섣불리 풀고 뒤늦게 조인 결정이 반복됐다.

'화장 대란' 빚어지는데…정점 여전히 오리무중

의료계에서는 1000만명 확진을 기점으로 이제 대유행이 멈추려면 집단면역에 기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보다 먼저 오미크론발 대유행을 겪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인구 20% 확진을 전후로 급격한 확진자 발생의 기세가 꺾였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확진자가 인구 20%를 넘어가고 백신을 통한 인공면역이 더해지면 집단면역에 가까워지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1000만명을 넘어 어느 수준까지 감염자가 늘어야 대유행이 멈출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히 오미크론의 하위변이인 스텔스 오미크론이 급격히 세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 유행 규모를 더욱 키울 요소로 지목된다. 오미크론보다도 전파력이 30%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의 국내 검출률은 한 달전 4%대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41%를 넘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초 인구의 20%가 감염되면 (유행이)멈출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불투명해졌고 20%를 훌쩍 넘더라도 멈추지 않을 것 같아보인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500만명 정도가 감염돼야 유행이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유행의 끝을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코로나19 사망자는 급격히 늘어난다. 지난 한 달 사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5787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코로나19 유입 후 누적 사망자 1만3141명의 44%가 지난 한 달 집중된 셈이다. 이 때문에 화장시설을 못찾아 불가피하게 6일장을 치르는 '화장 대란'이 빚어진다. 재택치료자가 200만명에 육박해 약국에서는 해열제, 기침약, 가래약 품귀 현상이 나타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충분히 걸릴 만큼 걸려서 이번 유행을 마지막 유행으로 한 번 만들고 끝내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면 절대로 이런 방향으로 끌고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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