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사막 한가운데 설치된 비닐하우스. 한국에서 흔히 봤던 바로 한국식 비닐하우스다. 이 안에선 한국의 대저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두바이에 진출한 우리 기업 아그로테크가 재배하고 있는 토마토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UAE 순방 때 김건희 여사가 토마토를 맛본 곳도 여기다.
토마토 비닐하우스 옆엔 네트하우스도 있다. 네트하우스는 새와 곤충 침입 방지를 위해 촘촘한 방충망 형태 구조물로 만든 시설로 비닐하우스보다 저렴하다. 여기선 가지를 키운다.
아그로테크는 2021년 UAE 현지에 농산물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UAE의 '식량 안보' 위기감을 기회로 삼았다. 식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던 UAE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수입 농식품 물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뛰자 UAE는 현지 식량 생산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한다. 'UAE 2030 아젠다'에 스마트팜 투자를 포함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노력 중이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인 만큼 현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비싸도 잘 팔린다. 이범진 아그로테크 UAE 법인 총괄 본부장은 "아그로테크가 현지 생산한 짭짤이토마토(대저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10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며 "특히 미네랄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아 고급호텔 식당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아그로테크는 UAE 법인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케냐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사우디 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드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케냐에선 커피생산관리 계약을 체결해 올해부터 국내외로 커피원두를 공급한다.
아직 UAE에서 작물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은 아그로테크가 거의 유일하다. 아그로테크가 UAE 스마트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던 비결은 중간 수준의 기술인 '미드테크'의 현지화를 통해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한국 비닐하우스와 외관은 비슷하지만 UAE의 농작 난이도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물 공급부터 난관이다. 물이 부족한 두바이는 바다에서 끌어와 담수화 과정을 거친 물을 공급해야 한다.
아그로테크 농장은 하우스 뒤편의 커다란 냉각수탱크 및 비료탱크와 연결된 관수시설이 각각의 묘목에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5월 말 기온이 45도에 육박하기 때문에 팬을 돌려서 온도·습도도 조절해야 한다.
이 기술로 아그로테크는 현지 업체에 비해 물 60% 절감, 생산량 2배를 실현했다. 지금은 생산량 4배를 목표로 한다. 반면 컨테이너형 수직농장 등 스마트팜하면 떠오르는 높은 수준의 기술은 아직까진 가격 경쟁력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유지보수·관리에도 어려움이 많다.
이 본부장은 "기존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현지 실정에 맞지 않고 경제성이 낮아 자재 판매로 돌리거나 6개월 내 50%가 중단하는 실정"이라며 "진출하기 원하는 한국 스마트팜 기업은 생산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관리·기술인력과 노무자 양성도 신경 써야 한다"고 귀띔했다.
우리 기업의 UAE 시장 확대를 위해선 정부 역시 인력 양성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 본부장은 "타기업에 비해 규모에서 밀려 지원받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관리자급 인력 양성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데 중소기업도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