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가 지난해 또 다시 100조원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COVID-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2020년, 2022년과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2024년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정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개선 흐름을 보였다며 '적극 재정' 필요성을 강조한다. 재정을 필요한 곳에, 제때, 과감히 투입함으로써 '경제 성장 견인-세수 기반 확충-지속가능한 재정 운용'이란 선순환 구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0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2025년 예산 편성 당시 예상한 것보다는 7조4000억원 적자 폭이 줄었다.
다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지표 수준이다. △2022년(-117조원) △2020년(-112조원) △2024년(-104조8000억원)에 이어 역대 4번째로 큰 적자 규모여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역시 전년(4.1%)보다 0.2%p(포인트) 개선됐지만, 마찬가지로 역대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경제 성장 효과 외에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으로 분모인 명목 GDP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나랏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는 지난해 1304조5000억원으로 1년 새 129조4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에서 49%로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 갓난아이까지 포함한 국민 1인당 떠안고 있는 국가채무는 약 2550만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년(2270만원) 대비 280만원 가량 증가한 규모다. 이는 국가채무 총액을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말 추계 인구(5111만7378명)로 나눈 값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국가채무는 (경제 성장에 따라)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빚이 늘어나는 규모보다 빚을 갚을 수 있는 재정여력, 즉 경제 규모와 체력이 더 많이 늘어서 재정 여력은 충분히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표상 재정 여건이 개선되고 있단 입장이다.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과 내수 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했음에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3%대로 축소됐다는 이유에서다.
독자들의 PICK!
아울러 단기 수치에만 집착한 재정 운용을 경계하고 있다. 자칫 재정이 경기역행적으로 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이 필요한 곳에 제때 과감히 투입됨으로써 경제 위기 상황을 막는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적극 재정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과감하게 쓰고, 아낄 때는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아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정부 재정 기조"라며 "오히려 효율적으로 타이트하게 (재정을) 관리하는 기조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해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재정 앵커(fiscal anchor)'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정 앵커는 중장기 재정운용의 기준점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일정 수치를 엄격히 제한하는 재정준칙보다 유연한 개념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국가채무비율이나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등을 담아두면 재정이 경기역행적이거나 경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단 의견도 있다"며 "당장 도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IMF 권고대로 재정앵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의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국가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자산은 3584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65조6000억원(11.4%) 증가했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이 345조5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실제 국민연금기금은 역대 최고 수준인 18.8%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하며 금융자산이 전년 대비 244조4000억원 증가하는 등 적립금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