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조법 개정안' 입법 재고돼야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4.08.01 05:26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3년에 입법이 무산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일컬어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이 다시 거대 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기 일보 직전이다. 개정안은 지난해 노조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이었던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른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개념 확대, 위법쟁의행위시 손해배상 책임 제한에 더해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방위하기 위해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지난 노조법 개정안보다 근로자의 보호 내지 권리가 더 강화된 것이다.

우선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방위하기 위해 손해를 가한 경우, 노조나 근로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한다는 추가 개정안은 사인의 자력구제를 엄격히 금지하는 법치주의 원칙에 반한다. 특히 개정안의 문제점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나 근로자가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임의적·자의적으로 판단해 사용자에 대항하는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행 사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실질적 지배력'에 따른 사용자 범위 확대는 하청노조가 경제력과 시장지배력 상의 우위에 있는 사업자를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임의적·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로써 도급 등 계약의 형태에 관계없이 경제력과 시장지배력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사업자가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종사자에 대해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게 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향후 하청노조가 근로계약의 상대방인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업체에 직접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요구하는 사례와 관련 분쟁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경영주체로서의 하청업체의 경영주체성과 독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 하청업체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체결된 원청과 하청노조의 단체협약에 따라 예상하지 못했던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청업체는 원청과 하청노조의 분쟁으로 자신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쟁의행위 등에 휘말리거나 생산중단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불법파업에 따른 조업중단으로 중소협력업체 7곳이 도산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노동환경이 고착되면 장기적으로 도급의 내부화 또는 해외 거래처 확대 등으로 인한 도급 거래 축소·종료, 신규 거래처 확보 어려움 등으로 중소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결국 사용자 범위의 확대는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하청업체를 폐업 내지 도산의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나아가 도급·파견 등 기업 간 계약을 통한 경제적 관계를 형해화시켜 원하청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이를 통해 대기업 중심의 노동시장으로 수렴하는 비정상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일반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근로자 보호 내지 권리 강화가 주된 목적인 노조법 개정안이 중소기업인 하청업체의 폐업·도산으로 하청근로자의 실직을 초래한다면 입법자의 선한 의지는 사라지고 나쁜 결과만 남게 되는 모순의 '노란봉투법'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노조법개정안의 재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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