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 입장을 정한 사실이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한 권한대행은 모든 사안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판단한다는 원칙 아래 어떠한 예단도 없이 여야는 물론 언론계, 학계 전문가들과 폭넓게 소통하며 서로 상충하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한 권한대행이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해 임명하지 않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난 24일. 국무총리실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총리실이 그간 여러차례 밝혔듯 이번에도 '헌법과 법률'을 내세웠지만, 이번엔 "어떠한 예단도 없다"고 명시했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고심의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성탄절인 25일 아무런 외부일정을 잡지 않고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 머물며 각계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을 두고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결정 데드라인을 27일 오전으로 잡았다. '한덕수의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는 뜻이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26일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은 27일 오전까지 한 대행이 이들 3명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지난 24일 발의 직전 보류한 탄핵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권한대행으로선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지 약 2주 만에 권한대행직을 다음 순번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넘겨줘야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아울러 야당이 '내란·김건희 특검법' 즉각 공포와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압박하고 있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7일 정부로 이송된 이들 '쌍특검법'은 다음 달 1월 1일이 처리 시한이다.
민주당은 당초 한 대행이 전날 쌍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자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켜보겠다며 계획을 보류했다. 이를 두고 쌍특검법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직결된 헌법재판관 임명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 안팎에선 한 권한대행이 민주당이 정한 마지막 시한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여러차례 언급한대로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선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처리 이후 여야의 상황을 지켜봐야 임명과 관련해 대략적인 윤곽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성탄절인 전날 한 권한대행을 두고 날선 공방이 오갔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재차 밝힌 상황이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입법 독주이고 폭력"이라며 한 권한대행 탄핵은 국정 혼란을 자초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5일 국회 브리핑에서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에 대해 공포하고 국회가 선출하는 3인의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도 지체없이 임명장을 수여해야 한다"며 "헌법재판관 3명을 선출하는 건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고유 권한인데,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이를 거부하려 하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 권한대행이 해야 할 일은 국정 수습"이라며 "국민의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리지 말라"고 했다.
반면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여당을 완전히 초토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도 민주당이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재판관 및 대법원 임명은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에 해당되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으로서는 이를 행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통과된다면 즉각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의 경우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우원식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주장대로 과반인 151석 이상을 기준으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결정하면 역시 법적 조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권영세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