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경제팀 '민생경제 위기' 방점…'반년짜리 경방' 우려도

세종=박광범 기자
2025.01.02 11:17

[2025년 경제정책방향]

소비활력 제고 대책/그래픽=김지영

정부가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이하 경방)의 핵심 키워드는 '민생경제 회복'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입법 지원을 확신하기 힘들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이후에도 여야간 대립은 극한을 치닫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 그로부터 2개월 내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어서 올해 경방 정책 중 상당수가 빛도 보지 못한 채 폐기처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1년이 아닌 반년짜리 경방에 그칠 수 있단 얘기다. 아울러 12·3 비상계엄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역동경제 동력도 떨어뜨렸다.

민생경제 위기 극복…소비증가분 추가 소득공제·개소세 상반기 한시 인하 등 '내구재 소비촉진 세트'

정부가 올해 경방의 방점을 '민생경제 회복'에 찍은 건 국내 경제 상황이 2중, 3중 악재에 휩싸여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소비심리는 급랭 상태다. 여기에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통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수출 마저 위태로운 형국이다.

이에 정부는 18조원 규모(재정·공공 추가투자 6조원+정책금융 12조원) 공공부문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경기 보강에 나선다.

세부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중앙 67%, 지방 60.5% 내외)의 상반기 신속집행을 추진한다. 전년 대비 5조원+α(알파) 확대된 규모다. 85조원 수준의 민생·경기 사업은 상반기 70%(1분기 40% 이상) 집행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느 때보다 큰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필요시 추가 경기 보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소비회복도 지원한다. 상반기 추가소비분(전년대비 5% 이상)에 대한 20% 추가 소득공제를 100만원 한도로 추진한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소비 증진을 위한 '내구재 소비촉진 3종 세트'도 마련했다. 올해 일몰예정인 통합세액공제 등 고용 관련 세제 개편도 추진해 임금 인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간이과세자 점포 신용카드 사용시 소득공제율 2배…설성수기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최대 30% 할인혜택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방안/그래픽=윤선정

최근 내수 침체로 어려움이 가중된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영세소상공인 점포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2배 높은 소득공제율을 적용하고 설 성수기(1월10일~2월10일) 한시적으로 디지털(카드형·모바일)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높여 소상공인 매출 확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골목형상점가(+90개)를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로 추가 지정하고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도 지난해 11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소상공인으로 확대한다. 노란우산공제 납입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도 늘리고 10년 이상 가입자의 경영위기로 인한 해약환급금 세 부담도 낮춘다. 점포철거비 지원 대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민생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도 추진한다. 우선 물가 관리를 위해 2025년 중 총 11조6000억원의 재정지원을 통해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에너지·농식품 바우처 등을 추진하고 오렌지와 바나나 등 과일류 10종에 대한 추가 할당관세를 시행한다. 특히 김 수급 안정을 위해 전복 등 기존양식장의 김 양식업으로의 전환도 허용할 방침이다.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주말부부의 경우 부부 각각 월세 세액공제를 허용(가구당 한도 1000만원)하고 중소기업 근로자 등에게 1년 이상 장기간 미임대된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추진한다.

민간임대주택 종부세 합산배제 기준 상향…지방 종부세 1세대 1주택자 특례 적용 확대
지역·건설 경기 조기 회복 지원책/그래픽=윤선정

또다른 취약 분야인 건설·지역 경기 회복에도 나선다. 신축매입임대는 2024년~2026년 15만호를 공급하고 이중 3만호 이상은 올해 상반기 조기 약정체결 할 방침이다. △공공사업 공사비 현실화 △LH 등이 공공임대주택으로 매입하는 공공택지 건설 민간 공동주택 일부 가격 10% 인상 △분양가 산정시 주택건설에 추가 소용되는 비용 추가 반영 등 '건설비 현실화 3종 패키지'도 추진한다.

특히 세부담을 낮춰 주택거래를 촉진하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배제를 2026년 5월까지 연장한다.

또 30호 이상 건설 또는 매입해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10년 임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합산배제 가액기준(공시가격 기준)도 상향한다. 건설형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매입형은 6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에서 9억원(비수도권 6억원) 이하로 각각 높인다.

아울러 종부세 1세대 1주택자 특례가 적용되는 지방 저가 주택 대상을 기존 공시가격 3억원 이하에서 4억원 이하로 확대한다. 취득세의 경우에도 중과 제외되는 저가 주택 기준을 지방주택에 한해 완화(공시가격 1억원 이하→2억원 이하)한다.

현실가능성은…비상계엄에 후순위로 밀린 '역동경제'

경방에 담긴 핵심 정책이 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 국회는 사실상 개점 휴업 모드에 들어간 상황이다.

더구나 지난해 경방에 담겼던 내용 상당수도 아직 국회 문턱에 가로막혀 있다. 올해 경방에도 포함된 △소비증가분 소득공제율 상향 △노후차 개소세 인하 △전통시장 소득공제율 상향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경방을 통해 정부가 처음 추진하는 간이과세자 점포 소득공제 확대 역시 법 개정 사안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 경방에 중소·중견기업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한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방 등을 통해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서도 임시투자세액공제를 2024년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 개정이 불발된 바 있다.

아울러 정부는 주주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개인주주에 대한 배당소득분리과세 등 밸류업을 위한 '주주환원촉진세제'를 재추진한단 계획이지만 이는 야당의 부자감세 프레임에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세법개정안에서 삭제된 내용이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경방에 법 개정 사항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통상적인 부분보다 법률 개정사항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존에 어느 정도 여야 간 공감대가 있는 부분들, 그리고 해외 투자자 신뢰를 위한 부분들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12·3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 경제 역동성 회복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았던 '역동경제 로드맵'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정치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민생경제 회복' '대외신인도 관리'를 앞세우다 보니 역동경제는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하반기 경방에선 '역동경제 로드맵'을 별도 주제로 빼 발표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번 경방에 담긴 역동경제 과제 대부분은 앞으로 추진하겠단 선언적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역동경제 과제는) 어떤 정부에서든, 어떤 부총리가 오든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과제들이기 때문에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년짜리' 경방의 한계도 제기된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조기대선 이후 새정부가 경방을 다시 발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2016년 말 박근혜정부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에서 발표한 '2017년 경방'은 반년 뒤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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