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략적 기술 히트펌프-축냉설비

이수양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기술연구소 탄소중립산업기술연구부문 수석연구원
2025.09.01 05:01
이수양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기술연구소 탄소중립산업기술연구부문 수석연구원

여름철 전력 피크의 상당 부분은 냉방 수요에 의해 발생한다. 전력 부하가 하루 중 일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국내 전력 수요의 특성상, 효율적인 냉방 설비와 수요 분산 전략이 없다면 전력 계통 안정성과 경제성 모두 위협받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로 히트펌프와 축냉설비를 소개하고자 한다.

히트펌프는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저온의 열을 고온측으로 이동시키는 장치다. 냉방 시 증발기에서 실내의 열을 흡수하고 '압축-응축-팽창-증발'의 순환을 통해 열을 실외로 방출한다. 동일 전력량으로 3~4배의 냉방 또는 난방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기존 저효율 냉방기기 대비 에너지 효율이 탁월하다.

여기에 축냉설비를 병행하면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진다. 축냉설비는 심야시간대(22시 ~ 익일 08시)에 냉열을 생산해 저장한 뒤, 주간 시간대에 이를 활용해 냉방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냉방에 의한 전력 피크를 야간으로 이동시켜 주간 피크 부하를 효과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축냉설비는 수축열, 빙축열, 혼합축열 등 현열 및 잠열 저장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며 열원기기로는 냉방전용에는 냉동기가, 냉·난방겸용설비에는 히트펌프가 적용된다.

빙축열은 물의 상태변화를 이용한 잠열 저장 방식으로 동일 부피에서 더 많은 냉열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냉방부하가 큰 대규모 상업건물에 주로 보급되고 있다.

수축열은 물의 온도에 따른 비중 차이를 활용한 성층화 기술로 '디퓨저'라는 장치를 통해 구현되며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수축열 방식은 냉방과 난방이 모두 필요한 수요처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축냉설비의 에너지절감 효과는 여러 현장에서 실증됐다. 예를 들어 영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설치된 수열원 기반 수축열 축냉설비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제품심사 조건과 유사한 운전시험에서 성능계수(COP, 투입되는 전기 에너지 대비 생산되는 난방 또는 냉방 에너지의 비율)가 5.1로 분석됐다. 이는 축냉설비가 제대로 설계되고 운영될 경우, 고효율 기기 이상의 에너지절감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전력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축냉설비에 대해 심야전력기기로 인정하고 심야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심야전력 요금은 일반 전기요금 대비 저렴한 수준으로 축냉설비를 활용하여 냉방을 하면 여름철 냉방요금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정부와 한전에서는 여름철 냉방 전력수요의 분산을 위해 축냉설비를 설치하고 심야전력을 공급받을 경우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설치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히트펌프와 축냉설비는 이제 단순한'기계'가 아니라, 전력수요를 설계하는 전략적도구다. 이상기후로 냉방 수요가 해마다 증가하는 지금, 우리는 전력, 비용, 그리고 기후를 고려한 전략적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히트펌프와 축냉설비는 그 전략의 중심에 있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기술 확산을 통해 지속가능한 냉방을 실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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