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통상협상단이 모두 미국을 방문해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대미 투자펀드의 자금 조달 방식 등에 대한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카드로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한 상태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등 정부 고위 통상협상단은 모두 미국 워싱턴 D.C.로 날아가 미국과의 막판 협상에 나섰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에 대한 '필수조건'으로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했다. 미국 측이 제시한 단기간 현금 투자 방식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외화 유출 위험이 커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화스와프 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환율이 2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를 넘나들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구 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연간 조달 가능한 달러 투자 규모는 150억~200억달러 정도"라며 "우리가 연간 부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협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익에 최우선 중점을 두면서 외환시장 안정성도 유지해야 한다"며 "종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비기축통화국인 한국과 미국이 상설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국가는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캐나다은행(BOC) △스위스국립은행(SNB) 등 5곳뿐이다. 비기축통화국이 연준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전례는 아직 없다.
다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제가 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처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미국측이 통화 스와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감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아르헨티나 사례처럼 연준이 아닌 미국 재무부와의 '특별형 스와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9일 미국 재무부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미국이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통화스와프' 형식을 띤다. 이 경우 미국 재무부가 금융안정을 위해 운용하는 외환안정화기금(ESF)을 자금 출처로 한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한국은행 안팎에서는 이런 방식의 체결 가능성을 낮게 본다. 대미 투자펀드 규모가 3500억달러에 달해 자금 규모가 아르헨티나 사례와 비교할 수 없고 정치적 맥락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재무부가 직접 관여할 경우 기금 운용 한도나 이자율 산정 문제에서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